지난 8일 이란·테헤란 공항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추락 현장 부근서 러시아製 미사일 잔해 발견돼
서방 국가들 중 가장 많은 희생자 본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이란 지대공미사일, 해당 여객기 격추했다는 보고 받았다”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 등 총 173명 탑승...추락 직후 전원 사망

지난 8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의 예정 항로.(그래픽=연합뉴스)

지난 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부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의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격추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무원을 포함해 총 173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들은 여객기 추락과 함께 전원 사망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과 영국 BBC 등 서방 매체들은 9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부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의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정부의 분석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란 측은 이같은 미국 정부의 분석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인공위성 시스템이 이란에서 2기(機)가 발사된 직후 이번에 사고를 당한 여객기가 추락했다고 한다. 다수의 미국 매체들 역시 이란이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도입한 지대공미사일(SAM)로 해당 여객기를 오인(in error) 격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즉, 이란의 방공시스템이 해당 여객기를 미군 전투기로 잘못 파악하고 공격했다는 것이다.

해당 여객기가 추락하기 수 시간 전 이란은 이라크 소재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상태였다. 지난 8일(이란 현지시간) 자정을 지난 무렵부터 시작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서쪽에 위치한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에르빌 기지를 강타했다.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당한 데 대해 ‘가혹한 복수’를 선언한 이란은 당일 총 16기의 탄도미사일을 사용해 ‘보복’ 공격에 나섰으나 미군 기지 내 몇몇 시설에 손상을 입히는 데에서 그쳤다.

우크라이나 국적 여객기는 지난 8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로 가기 위해 테헤란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사진=구글어스)

이번에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적의 여객기의 기종은 보잉737-800으로 알려졌다. 해당 여객기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향해 이란·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추락 당시 여객기에는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이 가운데 9명은 승무원), 스웨덴인 10명 등 총 173명이 탑승해 있었지만, 추락 직후 전원 사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견한 조사단이 이란에 입국해 9일부터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상태다. 이들은 미사일에 의한 격추 가능성, 엔진 결함, 무인기와의 충돌, 테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사건 현장 부근에서 러시아제(製) 미사일의 잔해가 발견됐다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기도 해, 우크라이나 조사단은 이란의 미사일에 의한 격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사진=연합뉴스)

서방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캐나다가 추락의 원인규명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9일(캐나다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 정보 당국의 조사 결과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이 해당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트뤼도 총리는 “이는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캐나다 국민은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deserve answers)”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 역시 여객기 추락 사건의 원인규명에 동참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비극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많은 의심들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누군가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겠다(somebody could have made a mistake)”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유력 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이번에 추락한 여객기는 러시아제(製) 지대공미사일 토르(Tor) M-1에 의해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동시에 이란이 의도적으로 여객기를 격추시킨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이란 측은 “미사일에 의한 격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사일 격추설(說)’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추락 여객기로부터 회수한 블랙박스를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사(社)와 미국 당국에 인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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