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7일 기자회견서 발표
이란 의회, 美 국방부를 ‘테러리스트’로 지정...‘對테러 작전’ 수행 명분 위한 것으로 보여
모하마드 지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중동 국가 간 ‘불가침협정’ 제안...수니派 맹주이자 美 동맹 사우디아라비아 의식했나?
이란 남동부 케르만서 7일 치러진 솔레이마니 장례식에 모인 군중,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구호 외쳐

이란 국기.(사진=연합뉴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7일(이란 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보복’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그 가짓수는 13개에 이른다.

이란 파르스통신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샴커니 사무총장은 이날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살해한 미국에 보복하는 13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약한 경우가 ‘미국인에게 잊지 못 할 역사적인 악몽’이 될 것”이라며 “대미(對美) 보복 작전은 이란의 ‘위대한 영웅’이 흘린 피를 위한 것이며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샴커니 사무총장은 “언론에 많은 것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13개에 이르는 ‘보복’ 시나리오들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어서 샴커니 총장은 “미국이 중동에서 즉시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그들의 시체가 중동을 뒤덮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이란 의회의 ‘헌법수호위원회’는 사상(史上) 처음으로 ‘긴급 3단계’ 회의를 열고 미국 국방부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란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란은 미국을 공격할 때 해당 법안을 근거로 ‘대(對) 테러 작전’을 수행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하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긴급 3단계’ 회의는 이란 의회가 임시회의를 열 수 있는 안건 가운데 시급성과 중요도가 가장 높은 안건을 처리하는 회의다.

아울러 이란 의회는 원유 수익의 30%를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국가개발펀드’ 가운데 2억유로(한화 약 2600억원에 상당)를 ‘쿠드스군(軍)’에 특별 배정하기로 의결했다. ‘쿠두스군’은 이번에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끌고 있던 친(親) 이란 계열 민병대다.

모하마드 지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세계와 미국이 더욱 위험해졌다”며 미군이 중동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리프 장관은 “미국에 의존하는 한 중동 지역 국가들은 수 세대에 걸친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중동 국가 간 포괄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프 장관은 중동 국가 간의 ‘불가침협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프 장관의 이같은 제안은 이슬람 세계 가운데에서도 절대 다수를 점하는 수니파(派)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맹주’(盟主) 역할을 맡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 상대적 소수에 속하는 시아파(派) 중심의 이란이 다수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로부터의 고립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도 읽힌다.

이란 군부 역시 미국에 대해 전의(戰意)를 다지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7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주도(州都) 케르만에서 열림 가셈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이날 추모 연설에서 “우리는 적(미국)에게 보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의 복수는 강력하고, 단호하고, 완전한 방법으로 수행될 것”이라며 “후회하게 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 모인 이란 군중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 남동부 케르만에서 7일 거행된 가셈 솔레이마니의 장례식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의 시신은 지난 5일 이란에 도착했으며 마슈하드·테헤란 등 이슬람 시아파 성지들을 돌았으며 각 성지에서 그의 장례식이 잇따라 치러졌다. 솔레이마니의 고향으로도 알려진 케르만에 7일 안정될 예정이다. 현재 이란은 솔레이마니에 대한 국가적 추모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이란 정부는 그를 ‘순교자’로 지정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 사이의 대립 양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은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500명 규모의 공수특전단을 중동에 파병하기로 했다. 전략폭격기 6대도 ‘대(對) 이란 작전’을 위해 인도양에 배치될 예정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