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3500명 병력 중동 추가 파견에 이어 전폭기 6대 인도양 배치...超강수
“전략적 측면에서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국가”...수니派 다수인 여타 이슬람 국가들마저 시아派 이란 편 들지 않아
고립무원 상태의 이란, ‘가혹한 보복’ 예고...美와의 전면전은 피하는 듯한 태도 취해

“미국의 자유행동 시대는 끝났다”는 구호와 함께 이란이 지난해 12월 말 중국·러시아와 진행한 첫 해군 합동훈련 당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을 지지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27일부터 나흘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오만해(海)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하는 등 반미(反美) 전선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이란 해군의 호세인 한자디 소장은 중국과 러시아 구축함과 공동으로 아라비아해(海)를 순찰하고 있다며 “오늘날 미국의 자유 행동의 시대는 끝났으며, 그들은 이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간) 미군 공수부대 병력 3500명이 중동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친(親) 이란 계열 민병대 사령관인 카젬 솔레이마니의 사망에 ‘가혹한 보복’을 언급한 이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500명에 달하는 병력의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또 B-52 전략폭격기 6대가 대(對) 이란 작전을 위해 인도양에 배치될 예정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이 미국을 타격한다면 미리 지정해 둔 52개 목표물을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같은 미국이 대(對) 이랑 ‘초(超) 강수’ 전략에 중국과 러시아는 꽁무니를 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내면서도 뒤에서는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국방 싱크탱크 캐스트(CAST)의 러슬란 푸코프 국장은 “계속해서 이란에 대한 지지를 표현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는 싸움에 개입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가능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3일 솔레마이니의 사망 직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의 통화를 통해 “솔레마이니 살해는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역시 지난 4일 외무장관 통화를 통해 “미국이 무력을 남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주펑(朱鋒) 난징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중국·러시아·이란 3개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벌인 것도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의 같은 날 보도에 따르면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크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란 사이의 긴장 상태를 내심 기뻐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중동에서의 충돌로 동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될 것을 두 나라가 기대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WSJ는 “이제 이란이 의지할 곳은 이란 자신과 시아파(派) 민병대, 그리고 최근 미국의 공습으로 폭사(爆死)한 카젬 솔레이마니 쿠두스군(軍) 사령관이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양성한 일부 친(親) 이란 세력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드자푸르 연구원은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국가”라며 “세계 수십 개 나라를 적대국으로 두고 있으며, 믿을만한 친구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슬람 문명권에서도 이라크와 시리아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니파(派)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타 이슬람 국가들 역시 이란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다.

세계 이슬람 분포도. 같은 이슬람 문명권 내에서도 시아파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속한다.(지도=박순종 기자)

이처럼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에 빠지자, 이란은 군사 대응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아볼파지 셰카르치 이란군 대변인은 6일 “미국에 대한 보복은 가혹하지만 성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테헤란 중동전략연구소의 아바스 아슬라니 선임연구원 역시 “이란은 개전(開戰)이 아닌, ‘대응’과 ‘보복’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아슬라니 연구원은 이어서 “이란 역시 러시아와 중국을 대신해 미국과 전쟁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정치적 지지를 보내거나 국제기구 등을 통해 이란에 대한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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