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체부 장관, 직접 언급 없이 형식적인 대책만 발표
정현백 여가부 장관, 서지현 검사 때는 목소리 높이더니 '고은-이윤택'에는 침묵

사진 왼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연합뉴스 제공) 

 

문화예술계 전반이 성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종환 장관)와 여성가족부(정현백 장관)가 미온적인 대처를 하고 있어 논란이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가 8년전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 국내판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문화계 좌파 진영의 '거물'인 고은(시인)과 이윤택(연극인)을 강타했다.

법조계에서 날아든 성폭력 고발 불씨는 문화계에서 활활 타면서 그 불길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미투'는 정계와 재계, 언론계와 연예계 등으로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을 크게 흔들고 있다.    

문화계로 번진 성폭력 논란을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여가부는 최영미 시인이 미투 운동에 동참한지 2주가 경과한 시점인 지난 20일 처음 공식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문체부는 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과 근절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고작 들고나온 대책은 2개에 불과했던 문화·체육계 성폭력 신고센터를 오는 3월 추가로 3개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최 시인의 고발로 시작된 문학계의 성폭력 실태가 드러난 상황에서 시인 출신인 도종환 장관이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신고센터를 추가한다는 형식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도 장관은 지난해 6월부터 문체부를 이끌면서 자신의 경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현안을 마주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는 전혀 활용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1984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도 장관은 문학계에 존재하는 자신의 개인적 인맥만으로도 성추행·성희롱의 가해자와 희생자인 동료 문인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계 내 성폭력을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처단해야하는 의무와 이에 따른 실질적 권한까지 쥐고 있는 도 장관이 시인 출신이라 오히려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여가부 역시 문체부와 같은 날 '성폭력 근절을 위한 문화운동'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정현백 장관은 "최근 검찰 내 성추행 사건 고발 등을 계기로 그동안 억눌러왔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며 "여가부는 성폭력 문제 등에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과 예방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즉각적인 대책이라고 보기에 문화운동은 다소 거리가 있다. 

정 장관은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동료 교수가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이를 외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와 참여연대 대표를 지내면서 평생 성폭력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정 장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성폭력 문제에 가장 먼저 나서던 정 장관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문화계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이 이끈 바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역시 고은-이윤택 사태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은-이윤택 사태에 대한 정 장관의 반응은 법조계에서 나온 성폭력 고발을 대했던 자세와는 사뭇 다르다.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주장에 대해 정 장관은 "문 대통령이 서 검사의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당부했다"며 "여가부는 서 검사를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하며 적극성을 보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역시 서 검사의 고발이 이어진 바로 다음날 성명서를 내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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