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 보유자 하용부, 뮤지컬 음악감독 변희석 등도 성추행 파장
영화배우 겸 교수 조민기, MBC 기자도 성추행 논란 휩싸여
민주당 심기준의원 비서관,평창에서 성추행 혐의로 조사중

법조계에 이어 문화계의 '성추행·성폭행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교육계와 방송계까지 번져 성추행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영화배우 겸 연극학과 대학교수 조민기(52)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수직에서 물러난 사실이 밝혀졌다.

학교측은 피해 학생들을 확인하고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조씨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게시글 작성자는 "청주의 한 대학 연극학과 교수가 수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 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학 측은 "지난해 다수의 여학생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진상 조사를 한 결과 일부 피해 사실이 확인돼 징계 결정을 내리고 최종 결재를 남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는 피해 학생 제보를 받은 즉시 해당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했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학교 측에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한 신인 배우 송하늘 씨는 조민기의 성추행에 대한 상세한 증언을 SNS에 올려 진실공방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송 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민기 교수가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저와 제 친구들, 선후배들이 당한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조민기가)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며 자신이 조민기에게 성추행 당한 경험과 함께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거나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방송계에서는 시사인 송지혜 기자가 과거 자신이 MBC 소속 기자에게 당한 성추행 사건을 SNS를 통해 폭로한 사실이 알려졌다.

송 기자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검사에 대한 성폭력 사건(정정.. 검찰 내 성폭력 은폐 사건으로 명명하는 게 정확하다..)'을 곱씹을수록 그때 그 가해자를 법적 처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곧 공소시효가 끝나고 여전히 그 새X는 주요 현장에 돌아다니며 '기자로서 본분을 다한다'. 도대체 이 의미가 뭔가 싶다”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이어 “2016년 11월 개인 SNS 계정으로 폭로하면서 수년 만에 사과 문자를 받았다”며 "여성 단체 후원하며 반성하며 사시길 빈다는 내 마지막 문자에 그는 글 좀 내려달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볼 때, 송 기자는 성추행 가해자에게 최근 사과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11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폭로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담은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

당시 폭로에 따르면, 송 기자는 가해 기자의 이니셜을 ‘ㅅㅇㅎ’로 밝히며 기자 지망생이었던 2008년 당시 현직 언론인 특강에 참석해 알게된 MBC 소속 기자가 자신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요청해 알려주었고 며칠 뒤 기자 시험을 대비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술자리를 따로 가졌다. 이후 해당 MBC 기자는 송 기자를 집으로 불러 자신을 껴안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MBC에는 파업이 있었고 그때 정의, 정론 같은 개소리를 하는 그((해당 MBC 기자)의 실명을 보았다"며 "얼마 뒤 결혼하고 애 낳고 잘 사는 것 같더라. 이런 조잡한 새x도 결혼하고 애 낳는 게 나는 너무너무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송지혜 기자 페이스북 글 캡쳐
송지혜 기자 페이스북 글 캡쳐

한편, 문화계의 '성추행·성폭행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은과 이윤택에 이어 인간문화재 보유자 하용부 씨와 극단 '목화'의 오태석 대표, 뮤지컬 분야의 변희석 음악감독, 김해 극단 '번작이'의 조증윤 대표까지 번져 문화계 전반에 성추행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양연극촌 성폭행 가해자는 이윤택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하용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하용부에게 연극촌 근처 천막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축제 기간 함께 산책하던 중 나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더니 천막에서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폭로글이 게재됐다.

이어 "이윤택 뿐만 아니라 하용부, 더 나아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해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법적 처벌 외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된다면, 성폭력에 노출되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씨는 인간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이윤택과도 친분이 두텁다.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문화재청은 하씨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하씨에게 매달 지급하던 교육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추후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연합뉴스)하용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사진출처-연합뉴스)하용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배우출신의 A 씨는 극단 '목화'의 오태석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 씨는 지난 15일 SNS를 통해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죠"라며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 투명인간 이었어요"라며 ‘ㅇㅌㅅ’이란 이니셜로 드러낸 인물의 과거 행적을 폭로했다.

이에 오태석은 "20일 오후 2시 기자들과 만나 내 입을 통해 직접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밝혔지만 극단 목화 측은 이날 "대표님이 휴대폰이 없어 우리도 연락이 힘들다"며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 오늘 대표님을 만날 수 없다. 정리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태석 대표
오태석 대표

지난 18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자신을 대형 뮤지컬 오케스트라 팀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의 친구라고 소개하며 "변 감독이 오케스트라 여자 팀원에게 '내가 가끔 생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매우 예민해진다. 그러니까 너는 생리하지 말아라'라고 했다고 한다. 변 감독은 남자다. 그 팀원은 매우 불편했지만 그냥 가만히 듣고 있었다"라고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이 빠르게 퍼지며 논란이 불거지자 변희석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모든 것은 제 잘못이다"라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게 됐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뮤지컬 음악감독 변희석
뮤지컬 음악감독 변희석

앞서 지난 18일  서울예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는 '10여 년 전 당시 16세로 김해 지역 한 극단에 입단했다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남연극협회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씨의 영구제명을 알리고, '밀양연극촌'에서 불거진 이윤택 연출가의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협회는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피해사실을 알리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과 함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건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신적, 신체적으로 유린한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피해자의 후배로 알려진 K씨도 18세의 미성년자였음에도 조증윤 대표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한편,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에서는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의 비서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40대 후반의 A씨는 이날 오전 3시께 평창군의 바(bar) 형태의 주점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A씨의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할 방침이다. 

이에 심 의원 측은 "경찰 조사가 들어가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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