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김지현씨 "2005년 임신 후 조용히 낙태“
-낙태 사실을 안 李 200만원 건내며 미안해해
-이후 ‘임신했던 아이기에 내 사람’이라며 다시 성폭행
-연극인 이승비씨 "(연극) 대사를 하게 하며 온몸 만져“
-李가 다음날 배우 극찬하면 “쟤가 어제 선생님을 ‘사정’하게 해줬다”며 공공연히 말돌아

한국 연극계에서 영향력이 큰 연출가였던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성추행 논란에 대해 19일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기자회견 당시 ‘성폭행’ 의혹에 대해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며 부인했다. 앞서 김보리(가명)씨가 ‘2005년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것이다.
 

(왼쪽) 김지현 배우 페이스북
(오른쪽)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 페이스북

그러나 기자회견 후 배우 김지현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실명(實名)을 공개하며 묻어놓았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김 씨는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고 밝히며 “여자단원들이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고 자신도 함께였다”고 밝혔다.

김 씨는 “혼자 안마를 할 때 성폭행을 당했다. 2005년 임신을 했고, 조용히 낙태했다”며 “낙태 사실을 안 이 전 감독이 200만 원을 건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 사건이 잊혀져갈 때 쯤, 이 전 감독이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사람이란 말을 하면서 다시 성폭행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 이후에도 분명 이 전 감독과 피해자만이 아는 아픔을 가진 후배가 분명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용기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자신도 다시 하늘을 똑바로 볼 수 있고,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하늘에 계신 윤주선배님 죄송하다”며 다소 여지를 남기는 표현으로 글을 마무리지었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 또한 이윤택 전 감독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립극단 극장장이던 이 전 감독이 (연극) 대사를 치게 하며 온몸을 만졌다.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길래,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극단 행정실에 이야기했지만, 다들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고 한다. 대신 돌아온 것은 공연횟수가 7대3에서 5대5로 줄었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으며, 그 이후에도 마녀사냥을 당하는 등 불이익은 계속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극단 내부에서는 이윤택 선생님이 특정 배우를 극찬하거나, 어느날 갑자기 배역이 달라진 배우가 있다면 공공연히 “쟤가 어제 선생님을 ‘싸게’ 해줬다”는 말이 돌았다. 이런 분위기에 발을 담그는 순간 집단 최면에 걸리게 되는 것 같다.”며 당시 분위기를 묘사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이 전 감독이 32년간 이끌어온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19일 해체를 선언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안마 논란을 알고 있었다”며 “그것이 성폭력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저희의 인식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단원들과 논의한 끝에 연희단거리패는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추행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를 응원하고 함께 하겠다는 ‘with you’라는 문구가 SNS상에서 확산되거나,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을 외쳤던 이들이 정작 권력을 이용해 성을 착취한 더러운 민낯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진실을 가려 잘못은 분명 처벌받아야 하되 전부 사실로 규정하고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제 목소리를 요청하거나, 시류에 편승해 이해타산적인 측면에서 피해자를 자처하는 경우가 혹시라도 있다면 구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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