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중요하게 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해찬 상임고문과의 관계 악화까지 감수하면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컷오프(공천배제)한 것은 제22대 4.10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에도 친명계가 민주당을 더욱 완벽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데 대해 반발하며 탈당을 선언한 설훈(5선·경기 부천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총선 이후 직접 나서 당을 수습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공천 문제로 가시화된 민주당 내전이 총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 의원은 28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 워낙 점잖은 분이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 물러나신 분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앞장서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시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총선이 끝나면) 민주당을 수습하는 데 많은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설 의원은 임 전 비서실장 컷오프에 대해 "친문 죽이기"라며 "친문을 다 죽일 수는 없으니까 윤건영 의원 한 명 정도는 살려놓고 나머지는 다 정리하겠다는 속셈"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이달 4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 언급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란 표현에 대해 "혹자는 이재명과 문재인 당을 만들라고 해석하는데 그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명문 정당이란 건 말 그대로 좋은 정당, 명문 정당을 만들라는 말씀"이라며 "(힘을) 합쳐 윤석열 대통령이 끌고 가는 부분에 대항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대표는 지금 '아니다, 내가 하면 다 된다' 오판하고 있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간곡히 그렇게 하라고, 틀을 짜라고 주문했는데 임 전 실장을 잘라버리면서 '나 당신 말 못 듣겠습니다'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명문 정당이란 게 사실상 깨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깨졌다기보다는 아예 그럴 마음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해찬 상임고문의 당부에도 이 대표가 임 전 비서실장을 잘라낸 이유에 대해선 "사당화의 완성이기 때문에 비명계라든지 친문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당의 공천을 받아서 다시 22대 국회 때 들어오는 것들이 본인에게는 굉장히 부담이라고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임 전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으로 인해서 앞으로 친문이라든지 비명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다시 모이게 된다면 굉장히 위험한 존재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라이벌 자체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생각"이라며 이 대표가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박용진 의원을 하위 10%로 분류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봤다.

앞서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펜앤드마이크TV에서 "이 대표가 임종석만이 아니라 이해찬과의 관계도 거절한 것으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며 "당장 일어날 분란이 아니라 총선 패배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당내 비명계의 최대세력이 친문계이고 공천 갈등 역시 친명 대 친문 구도로 벌어진 것인만큼 문 전 대통령이 작금의 민주당 진영을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의 신당 창당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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