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쉰목소리로 용지에 적힌 모두발언 읽어내려가...휴식 불충분했나
文 "과로사회서 벗어나자던 대통령이 과로로 탈났다는 말까지 들어 민망"
6.25 68주년 계기 공개행보 全無, 규제혁신회의 취소 관련 언급은 없어
수보회의 참석 이어 8일부터 5박6일 인도-싱가포르 순방예정

'감기 몸살'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여민관 회의장에 나타나자 참모진이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감기 몸살'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여민관 회의장에 나타나자 참모진이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감기 몸살'로 연차휴가까지 내고 쉬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8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수보회의 참석차 웃는 모습으로 청와대 여민관으로 들어오자 참모진들은 복귀한 문 대통령에게 일제히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몸살로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됐다.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고 운을 뗀 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말까지 듣게 됐으니 민망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 다시 중요한 해외순방이 시작되기 때문에 심기일전해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의 휴식에도 컨디션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듯, 약간 쉰 목소리로 모두발언을 읽어내려갔다. 발언 도중 참석자들을 둘러보다가도, 다음 말을 이어가기 위해 눈길이 수시로 용지에 적힌 모두발언 글귀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내·외교무대에서 줄곧 보여왔듯 '신중함'의 일환으로 A4용지에 준비된 글귀를 읽는 모습은, 휴식 전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달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대상으로 시행한 근로시간 주52시간 단축의 당위성을 거론하며 "이제 첫발을 내디딘 노동시간 단축이 빠르게 안착되고 우리 사회가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이고 국민들께서도 마음을 함께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거비, 통신비, 의료비, 보육과 교육비 등 국민들의 필수 생활비 절감을 통해서 실질소득을 높이는 정부 정책들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주문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민선 7기 지방자치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시·도지사 간담회 정례화 등 구상을 밝혔다. 앞서 무산된 대통령 발의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그 취지는 살려나가야 하므로 현행 헌법 체제 속에서도 지방자치와 분권을 최대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행정적 대안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국빈방문 귀국 이후 25~26일 6.25 남침 전쟁 제68주년 관련 공개 일정을 잡지 않거나 취소한 점, 27일 오후 직접 주재할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취소한 점, 29일 제2연평해전 16주기 계기 대통령 메시지 부재 등에 관한 언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정시 출근'해 참모들과 티타임을 가졌다고 전한 바 있다. 사무실로 출근한 문 대통령은 윤종원 수석과 이용선 수석에게 인사와 함께 격려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로 예정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과 수보회의도 문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주재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주52시간 근로 관련 언급도 예고했다.

주례회동 관련 추가 브리핑은 없었으나, 문 대통령이 예정대로 수보회의에 참석하면서 국정 복귀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들어서는 문 대통령이 오는 8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인도(8~11일)와 싱가포르(11~13일)를 연이어 국빈 방문한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인도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방문하는 남아시아 국가이며, 싱가포르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라면서 "양국 방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신(新)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외교 지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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