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일정 '急취소'에 "귀국이후 수상한 3일" 의혹으로까지 번져
28~29일 휴가 포함하면 5일간 공개활동 全無…앞서 올해 2건 연차휴가도 비공개
작년 대선 앞두고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는 친구같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의 간절한 꿈"
"대통령 24시간은 공공재"라고 말하기도
7월 北 ICBM 발사 안보위기에도 6박7일 휴가, 10월 납북된 '흥진호 7일간'엔 프로야구 시구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세월호 7시간' 선동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 취임 후 보여준 행보는 이같은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7일 청와대가 오전 중 공지했던 문 대통령의 '굵직한' 오후 일정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오후 2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오후 3시 당정청·민간 합동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가 모두 이례적으로 수시간 전 급히 취소된 것.

대통령 일정 취소가 당일 정오 무렵부터 알려지면서 특히 규제혁신점검회의 관계부처 직원들은 그 배경을 알아내느라 소란이 일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오후 1시30분 고위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취소 사실을 확인했으나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규제혁신점검회의 무기한 연기에 대해선 '이 정도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건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해외 정상급 대우를 받아야 하는 아줄레 사무총장과의 접견이 동반 취소된 데 대해서는 '일정이 안 맞아서', '양측이 협의했다' 이상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청와대 출입기자단 등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 접촉설', '와병설'이 돌았다. "오후 일정은 없다"는 고위관계자 해명이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징후다. 오후 5시를 넘겨서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몸살 감기'로 오후 일정을 취소했고, 오후 중 대통령 주치의 진료 결과 28~29일까지 일정을 비우기로 했다고 사후 해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7일뿐아니라 지난 24일 러시아에서 귀국한 이후 공개행보가 전무해 '수상한 3일'이라는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귀국 다음날은 6.25 남침 전쟁 제68주년이었고, 문 대통령은 6.25 기념 중앙행사에 불참한 것은 물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도 주재하지 않아 당일 메시지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26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6.25 유엔 전몰용사 추모식에도 '폭우와 낙뢰'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기상악화는 서울 등 수도권의 이야기였지 부산은 아니었다. KTX 등 육로를 왜 택하지 않았느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6.25를 전후로 직접 추모한 대상은 러시아 방문 첫날(21일) 모스크바에서 참배한 '무명용사의 묘'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명용사의 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희생된 러시아의 전몰장병, 국민들을 추모하는 취지로 세워졌다.

27일부터는 사흘간 문 대통령이 일정을 통채로 비우게 됐다. 25일, 26일 잠행까지 감안하면 총 5일의 공백기다. 지난 2월27일 하루 휴가, 6월7일 하루 휴가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비공개리에 휴가를 갖게 된 셈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공개일정' 일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2018년 6월 '대통령 공개일정' 달력의 일부.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이번주(25일~29일, 별도로 붉은색 표시) 내내 공개활동 없이 지내게 됐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4월,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인사추천 실명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정부청사 이전 등과 함께 '대통령의 24시간 공개'를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는 친구같은 대통령이 되는것이 저의 간절한 꿈"이라고 호소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5일 국회에서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를 열고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공약을 처음 내세우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일곱시간 행적이 국민적 관심사"라고 선전했다.

특히 "일곱시간 동안 아이들의 안전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직무 유기이며 충분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는 "남북간 중대 안보사안이 그 시간에 터졌으면 어땠겠나. 그 시간 대에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안보에 엄청난 공백이 있었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공공재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같은해 3월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도발이 있은 뒤에도, 다음날(29일)로 예정했던 6박7일 휴가를 하루 미룬 뒤 강원 평창·경남 진해 등으로 다녀와 '군통수권자로서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 이틀 전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발사 징후'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같은해 10월 21일 복어잡이 어선 '391흥진호'가 대화퇴어장 한일 공동어로수역에서 북측에 나포된 사실이 무려 엿새 뒤인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석방 보도'로 알려질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나포 기간 동안인 10월 25일 문 대통령은 광주에서 프로야구 시구 행사를 했었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하루 전(24일) 보고받았다는 청와대의 사후 해명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 누락'과 내부 소통 부재라는 빈축만 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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