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특집 공개방송 '안녕'을 방영한 '김어준의 뉴스공장'. 특집방송의 이름은 방송인 김어준이 TBS를 나가기로 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때 단순 '송구영신'일 수도 있지만 6년이 넘는 세월 동안 TBS의 간판 역할을 한 김어준에 대한 헌정 쇼라고도 볼 수 있다. 김어준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약 4000여개가 넘는 댓글을 통해 '아쉽다' '이제 교양은 누구한테서 듣냐' 등의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TBS 유튜브]

TBS(교통방송)가 2023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본래의 역할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가 '조례 폐지 조례안'을 의결해 TBS에 출연금을 지급하는 근거를 삭제해버린 결과, '돈줄'이 말라버린 TBS가 좌편향 지적을 받았던 각종 시사프로그램들을 교통 안내 및 음악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계획을 시사한 것이다.

TBS는 2일 자사의 여러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교통 안내·음악 프로그램을 넣겠다고 밝혔다. 폐지 대상엔 T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등이 포함된다. 뉴스공장은 교통방송 '출근길엔 TBS로'로, 신장개업은 음악방송 '퇴근길 김혜지입니다'로, 아닌 밤중은 음악방송 '이가희의 러브레터'로 바뀌게 된다. 새 프로그램은 TBS 사내 아나운서들이 맡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TBS의 프로그램 개편은 지난 달부터 이미 예고됐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6년 이상 진행해왔던 방송인 김어준이 지난 달 12일 "앞으로 3주 더 진행한다"고 밝혔던 것이다. 김어준은 그러면서 "오늘까지 6년 두달 보름, 324주 동안 해왔는데 3주 더하면 올해 말이다. 올해 말까지 하겠다"며 "사정이 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하겠다"고도 했었다.

김어준은 마치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작년 11월 국힘이 다수가 된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의결해 서울시의 출연금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한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거기에 더해 올해 TBS 출연금 규모도 작년보다 88억원이나 줄어든 232억원만을 지급했다. TBS가 요구한 412억원에 크게 모자라는 금액이다.

서울시의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엔 그동안 TBS가 좌편향적인 방송을 일삼아왔단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시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TBS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결국 서울시의 지원이 사실상 끊기게 된 TBS가 '울며 겨자먹기'로 사내인력을 통한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김어준에게도 '날벼락'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달 12일 방송에서 "그동안 20분기 연속 시청률 1위, 앞으로도 20년 (더) 하려고 했는데"라며 소위 '라디오 영구집권론'을 내세워 왔는데 이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 것이다. 다만 김어준이 TBS에서 나가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오히려 '날개'를 달았단 지적도 나온다. 좌파 추종자를 다수 보유한 그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욱 자유롭게 방송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새로 만든 새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2일 오전 당시 이미 구독자 3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지난 달 8일에 열린 제30차 TBS 이사회는 이강택 대표이사의 직무대행자로 KBS 교양국장을 지냈던 오필훈 이사를 지정했다. 선정 이유에 대해 이사회는 '방송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이 해야 한다' 'TBS를 잘 알고 연배도 가장 많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오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누군가는 맡아야 할 일인데 맡아서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는데 제한된 기간이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오 직무대행의 임기는 지난달 29일 공모를 마친 후보자 중 오세훈 시장이 신임 대표 후보를 추천해 선정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을 점하면서, 서울시의 TBS 출연금을 전면 중단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에 의존하는 TBS는 이로 인해 비상이 걸렸고, 그 결과 나온 대책이 여러 주요 프로그램 폐지 등 제작비 구조조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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