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리즈 트루스 신임 총리의 국정 운영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사설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됐다. [사진=뉴욕타임즈]
영국의 리즈 트루스 신임 총리의 국정 운영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사설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됐다. [사진=뉴욕타임즈]

보리스 존슨의 후임인 리즈 트루스 영국 신임 총리가 앞으로 어떻게 영국을 통치해 나갈지를 엿볼 수 있는 사설이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진귀한 부: 영국과 제국의 여파(Uncommon Wealth: Britain and the Aftermath of Empire)"의 저자 코조 코람 작가가 객원 자격으로 사설을 게재한 것.

코람 작가의 사설로 보건대, 그는 보수당의 기본 입장인 '작은 정부', '세금 감면', '자유시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그는 트루스 총리의 지지자는 아닌 셈이다.

코람 작가는 트루스 총리의 세금 감면 약속은 '동화'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루스 총리가 마가렛 대처 전 총리 대신 에녹 파월(Enoch Powell) 전 복지부 장관과 더 닮았다고 보고 있다. 파월 전 장관이 주장했던 '강경 반이민 정책, 작은 정부, 노동조합 약화, 금융업 육성'이 트루스 총리 정책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코람 작가는 "대영제국은 거의 60년 전에 종말을 맞았음에도 영국의 차기 총리는 여전히 제국의 유산에 사로잡혀 있다"고도 했다.

코람 작가는 트루스 총리가 난민을 르완다의 수용시설로 보내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파월 전 장관의 '인종차별주의' 성격을 닮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둘 간에 '신자유주의'라는 공통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는 보다 덜 해야만 한다는 게 트루스 총리의 주장"이라며 "(신임 총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에너지 사용 청구서를 받아든 영국인들을 어떤 식으로든 돕는 건 '거지에게 적선하는 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트루스 총리는) 영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만병통치약은 '세금 감면', '자유 무역항', '특별투자구역'이라고 본다"며 "국가는 작아져야 하고, 임금은 제한되어야 하며, 요식행위는 줄어들어야 하고,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신임 총리의 주장은) 순수한 '파월주의'"라고 주장했다.

코람 작가는 트루스 총리와는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대처 전 총리에 의해 시작된 경제 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지친 상태며, 세금 감면은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에 미미한 영향을 끼친 반면 불평등은 심화시켰다"며 "에너지 가격에 상한을 두고, 소득에 대한 조세를 늘리며, 경제를 재조정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영국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코람 작가의 논지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트루스 총리의 국정 운영 방향을 알 수 있는 사설이란 평가다.

다음은 사설 전문./
 

영국 신임 총리 리즈 트루스는 여전히 제국에 사로잡혀 있어(Britain's New Prime Minister Is Still in Trall to the Empire)

보리스 존슨을 대신해 영국 총리가 될 두 후보자 중 한 명이었던 리시 수낙(Rishi Sunak) 전 재무장관은 "우리가 이 순간에 정직하게 맞서야 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동화'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적어도 영국 보수당원들로부터의 대답은 '동화'인듯 싶다. 월요일 보수당은 리즈 트루스 전 외무장관을 새 당수이자 차기 총리로 선출했다. '세금감면'이란 기적적인 힘에 대한 믿음으로 세워진 선거유세에서, 트루스 여사는 스스로를 위기의 겨울로 향하는 영국의 '구원자'로 묘사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인플레이션과 광범위하게 퍼진 경제적 고통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는 환상적인 이미지 선정이다.

하지만 동화는 근거가 전혀 없다. 트루스 신임 총리가 민영화, 규제 철폐, 세금감면을 열성적으로 약속한 것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그를 '제2의 마가렛 대처'로 보고 있다. 대처 전 총리의 복장을 흉내낸 것 외에도, 비교할만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상 트루스 여사에 가장 적합한 '선행자'는 대처 전 총리가 등극했을 무렵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보수당을 떠났던 인물이다. 그는 에녹 파월(Enoch Powell)이다.

주로 이민에 대한 지극히 인종주의적 비난으로 잘 알려져 있는 파월 전 보건부 장관은 전후 영국 정치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다고 할 만한 인물이다. 이는 크게는 탈식민지화 시기에 파월 전 장관이 영국의 세계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그렸기 때문이다. 제국의 빛이 꺼져가는 시기에 도입됐던 일련의 정책들-강경 반이민 정책을 통해 달성한 세계무역 특혜 조건, 작은 정부 지향, 노동조합 약화시키기 및 금융업 육성- 이러한 정책들이 오늘날 트루스 신임 총리의 정책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대영제국은 거의 60년 전에 종말을 맞았음에도 영국의 차기 총리는 여전히 제국의 유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트루스 총리가 대처 전 총리와 연관지어지는 것에 행복해 하고 있지만-"우리는 1980년대에 대단한 업적들을 이뤘다"고 뽐내면서-, 신임 총리는 파월 전 장관을 공공연하게 찬양하는 것에 대해선 몸을 사리는 것 같다. 결국 '에녹 파월'이란 이름은 '인종차별주의' 및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파월 전 장관이 1968년에 했던 악명높은 연설 때문이다. 보수당원으로 가득찬 방에서 연설하는 와중에, 파월 전 장관은 "식민지로부터의 이민은 인종 전쟁으로 이어지고, 영국의 강은 '많은 피로 거품이 일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식민지의 복수 판타지'란 기이한 이야기에 빠진 파월 전 장관은 두려움에 가득차 '15년에서 20년' 사이에 흑인 남성이 백인 남성을 지배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선동적이고 파렴치한 파월 전 장관의 연설로 인해 그의 평판엔 영원히 '영국에서 가장 이민 배척적인 정치인'이란 낙인이 찍히게 됐다. 하지만 그의 악명높은 인종차별주의는 학자 로비 실리엄의 말에 따르면 그가 영국의 첫 신자유주의 정치인이기도 하단 사실을 무색케 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파월 전 장관은 처음으로 전후 사회 민주주의 컨센서스를 거부하고 세금 감면, 민영화, 돈의 자유로운 이동을 요구한 주요 보수 정치인이다.

증거는 충분할 정도로 분명하다. 파월 전 장관은 "피의 강" 연설을 한지 수개월 후에,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몽페를랭회(Mont Pelerin Society)'-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국제 조직으로서 '자유시장'주의를 전파하는-에서 국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자본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파월 전 장관은 자유시장 싱크탱크 '영국 경제문제연구소'와 협력했고, 그를 옹호했다. 경제문제연구소의 구성원들이 소수의 괴짜로 간주될 때에도 말이다. 기사와 연설을 통해 파월 전 장관은 영국을 금융화된 국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20세기 후반이 되면 영국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의 정책 뒤엔 제국이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국의 종말이 있다. 한 때 세계의 4분의1을 차지했던 대영제국은 1960년대 중반에 이르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식민지들이 독립을 주장함에 따라 영국은 세계 지배력이 감소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파월 전 장관같은 정치인에겐 이러한 변화는 매우 큰 위험이었다. 영국이 어떻게 제국이었을 때의 이익을 유지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제국 그 자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파월 전 장관이 내놨던 대답은 간단했다. 제국민들을 위한 국경선은 유지하되 제국의 부에 대한 국경선은 유지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트루스 신임 총리는 이러한 전통적 사고의 계승자다. 이민에 대해서 신임 총리는 강경 노선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경 병력을 20%만큼 늘리고 르완다에 난민을 보내겠단 정부의 계획을 뒷받침하겠다고 한 데서 드러난다. 세계무대에서도 트루스 총리는 분명히 완고하다. 북아일랜드 협정 관련 EU와의 합의를 깨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트루스 총리가 송장같은 제국적 사고를 받아들인 영역이 경제 부문이라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2012년 트루스 총리는 공동 저술한 "풀려난 영국(Britannia Unchained)"이란 책을 통해 정치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영국의 국제 위상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과도한 복지로 길러진 과잉보호된 근로자들의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영국 근로자들을 "세계 최악의 게으름뱅이"라고 조롱했다. 트루스 총리는 유니언 잭으로 스스로를 감싸길 좋아하지만, 10년간 그녀의 입장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유출된 그녀의 녹취록에 따르면 "영국 근로자들은 타국 근로자들에 비해 '기량과 적응력'이 부족하고, 더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가는 보다 덜 해야만 한다는 게 트루스 총리의 주장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에너지 사용 청구서를 받아든 영국인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돕는 것은 "거지에게 적선하는 꼴"에 불과하다는 것. 영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만병통치약은 '세금 감면', '자유 무역항', '특별 투자구역'이라고 본다. 국제 자본이 자유롭게 활동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국가는 작아져야 하고, 임금은 제한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요식행위는 줄어들어야 하고,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이는 순수한 '파월주의'다.

문제는 이러한 처방 중 그 어떤 것도 효과를 나타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대처 전 총리에 의해 시작된 경제 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지친 상태고, 세금 감면은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에 미미한 영향을 끼친 반면 불평등은 심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럴듯한 방안이 눈앞에 있다. 에너지 가격에 상한을 두고, 소득에 대한 조세를 늘리며 경제를 재조정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대신에, 트루스 총리 하에서, 이미 박살난 제국적 사고방식으로 통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영국인들은 매일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영국 보수당의 에녹 파월(1912-1998) 전 복지부 장관. 그는 인종차별주의의 집약으로 알려진 '피의 강' 연설로 유명하며 대영제국의 종말에 대한 대비책으로 '신자유주의'를 내걸었던 첫 영국 정치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영국 보수당의 에녹 파월(1912-1998) 전 복지부 장관. 그는 인종차별주의의 집약으로 알려진 '피의 강' 연설로 유명하며 대영제국의 종말에 대한 대비책으로 '신자유주의'를 내걸었던 첫 영국 정치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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