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만에 사의 표명한 리즈 트러스...역대 '최단명' 영국 총리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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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취임 45일만에 사임 결정...역대 '최단기' 불명예
'제2의 마거릿 대처' 예상 나왔지만, '작은 정부론' '세금 감면' 등 시의적절치 않은 정책 내놨단 평가
변화에 적응했던 보수당의 교훈 배우지 못했단 지적도 나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현지시각 20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현지시각 20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리즈 트러스(Liz Truss) 영국 총리가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러스 총리가 취임한 지 45일만에 발표된 사의 표명으로, 트러스 총리는 역대 최단명 영국 총리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각)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의 뜻을 밝혔다"며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어 물러난다"고 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 9월 5일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보수당 당수가 됨과 동시에 영국 총리직을 맡았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그달 6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에서 트러스 총리를 접견하고 총리로 정식으로 임명했는데, 이는 엘리자베스 2세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 됐다. 엘리자베스 2세가 같은 달 8일 서거했던 것. 트러스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국왕 장례식을 주관해야 했다. 이에 트러스 총리의 사임을 두고 '왕실 장례식 비상대책위원장 아니냐'며 조롱·비아냥대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트러스 총리가 물러나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도 들릴 수 있지만, 선거 유세에서 내세웠던 공약을 실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단 지적이다. 트루스 총리는 자신의 "대담한 계획(Bold Plan)"에서 '작은 정부론'을 들고 나왔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금 감면을 통한 경기 부양' '민영화' '규제 철폐' 등을 내걸었다. 이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영국병'을 고치겠다며 영국 개혁 방안으로 내세웠던 방법론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선 트루스 총리가 '제2의 마거릿 대처' '철의 여인'이 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사임 발표 후 보수당 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수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취임 45일만에 사임하게 되면서 차기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욕타임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사임 발표 후 보수당 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수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취임 45일만에 사임하게 되면서 차기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욕타임스]

하지만 대처 전 총리가 무려 11년 208일의 임기를 누렸던 반면, 트러스 총리는 고작 한달 반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는 트러스 총리의 정책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란 평가다. 특히 트루스 총리가 "세금을 감면해 경제를 되살리겠다"며 자신있게 내세웠던 '감세안'을 비롯한 경제 정책이 문제가 됐다. 지난 9월 연 450억파운드(한화 73조원) 규모의 구체적인 세금 감면책을 발표하자마자 다음날부터 파운드화 및 영국 국채가 폭락했다. 전 세계를 비롯해 영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감세 정책이 이를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였다. 영국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오르면서 트러스 총리에 대한 여론도 더욱 악화됐다. 결국 트러스 총리가 시의적절하지 않은 정책을 들고 나와 무리하게 적용하려 한 것이 스스로를 몰락시켰다고 봐도 좋은 셈이다.

본지에선 트러스 총리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달 6일 "영국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 제2의 '마가렛 대처' 될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여기서 영국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 및 트러스 총리 개인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결국 트러스 총리의 개인적 문제와 영국의 복잡한 상황이 얽혀 그녀에게 큰 난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트러스 총리의 뜻이 관철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고 했는데 결국 이 예측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봐도 좋은 셈이다.

본지는 또한 그달 8일 "제2의 대처로 떠오른 리즈 트러스 총리, 대영제국의 유산에 사로잡혀 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코조 코람 작가의 사설을 소개했다. 코람 작가는 '영국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는 여전히 제국에 사로잡혀 있어'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제는 이러한 처방 중 그 어떤 것도 효과를 나타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라며 "대처 전 총리에 의해 시작된 경제 주기는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 지친 상태고, 세금 감면은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이 미미한 영향을 끼친 반면 불평등은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럴 듯한 방안은 에너지 가격에 상한을 두고, 소득에 대한 조세를 늘리며, 경제를 재조정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결국 코람 작가의 비판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영국 보수당이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발맞추면서 1834년부터 188년이나 존속해올 수 있었다는 교훈을 트러스 총리가 배우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러스 총리가 현실에 맞지 않는 '작은 정부론' '세금 감면'을 들고 나왔단 지적이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그로 인한 美 연준의 금리 인상의 여파를 혹독히 겪는 와중에 영국의 신임 총리가 들고 나왔어야 하는 정책은 세금 인상을 통한 통화 회수를 통해 화폐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큰 정부론'이었단 지적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영국 총리는 트러스 총리의 교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단 평가다.

리스 트러스 총리에 관한 기사는 위의 '관련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국 보수당은 1834년 창당 후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변혁을 꾀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리즈 트러스 총리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작은 정부론' '세금 감면'을 들고 나오는 등 보수당의 교훈을 익히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단 평가다. 사진은 보수당의 변화 수용에 대한 저서인 박지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저서  '정당의 생명력:영국 보수당'
영국 보수당은 1834년 창당 후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변혁을 꾀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리즈 트러스 총리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작은 정부론' '세금 감면'을 들고 나오는 등 보수당의 교훈을 익히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단 평가다. 사진은 보수당의 변화 수용에 대한 저서인 박지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저서 '정당의 생명력:영국 보수당'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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