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이어 차기 영국 총리가 된 리즈 트루스 전 외무장관이 현지시간 5일 보수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이어 차기 영국 총리가 된 리즈 트루스 전 외무장관이 현지시간 5일 보수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리즈 트루스(Liz Truss) 전 외무장관이 현지시간 5일 '문제아' 보리스 존슨을 이어 차기 영국 총리가 됐다. 트루스 신임 총리는 영국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영국이 인플레이션, 경기둔화, 노동불안 및 급등한 에너지가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신임 총리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트루스 총리는 강력하고 단호했던 여성 정치인 마가렛 대처를 여러 방면으로 벤치마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영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영국 보수당의 당수인만큼 '작은 정부' 지향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루스 총리는 자신의 "대담한 계획(bold plan)"에서 세금을 감면해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녀는 "나는 보수주의자로서 선거 유세를 했고, 보수주의자로서 통치할 것"이라며 "우린 (약속을) 지키고, 지키고 또 지킬 것"이라 했다.

트루스 총리가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외무장관으로 재직한만큼 그녀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루스 총리는 '대러·대중' 정책에서 매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던 '매파'다. 존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전폭 지지했는데, 이는 외무장관이었던 트루스 총리의 지론을 따랐단 평가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평가절하한 바 있다. 따라서 영국의 대(對)러시아 강경 기조는 트루스 내각에서 최소한 기존의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루스 총리가 대외 정책에서 영국의 잠재 적국들을 상대로 '투사'적 성향을 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리를 거둔 대처 총리처럼 외세에 굴복하지 않는 총리로 각인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인해 '대처리즘'에 일정 부분 향수를 가지고 있는 보수당 일각에서 트루스 총리에 전폭적인 지지가 나올 것으로도 보인다. 

아울러 트루스 총리는 브렉시트(Brexit)를 처음엔 반대했지만 국민투표 이후엔 찬성으로 돌아선 바 있는데, 이는 보기에 따라선 국민의 여론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단 분석이다.

한편 트루스 총리에겐 개인적인 결점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를 "리즈 트루스는 적을 만들길 좋아한다"고 평했다. 트루스 총리는 자칭 "최고의 혼란유발자(disruptor in chief)라 하는가 하면, "영국 관료집단을 "그렘린(기계에 고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가상의 괴물)"로 묘사한 적이 있고 국내외 지도자들을 모욕하기도 했으며, 영국 근로자들의 투지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막말' 이미지로 인해 트루스 총리가 작게는 보수당 내부의 화합, 크게는 영국 국민의 단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보수당내 최대 경쟁자였던 리시 수낙(Rishi Sunak) 전 재무장관을 생각했던 것보다 큰 표차로 이기지 못하면서 트루스 총리의 리더십이 보수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다.

영국의 경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트루스 총리가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겨내느냐가 트루스 내각의 성공 관건 중 하나다. 내부적으론 영국 소비자물가가 10%대에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국민의료보험(National Health Service)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파업으로 대중교통망이 원활하지 않다. 또한 에너지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 

특히 영국은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단 '단기성' 압력에 처해 있다. 차기 총리는 이를 재빨리 해결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론 영국의 에너지 공급 안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트루스 총리는 '세금 감면'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시장에 '물가상승 심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단 지적이다. 

아울러 각종 국내 문제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공무원과 노동조합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트루스 총리의 막말 성향,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로 인해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마저도 이에 대해선 회의적일 정도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외적 문제도 작지 않다. 특히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로 EU 및 미국과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루스 내각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트루스 총리가 EU 지도자에 대해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단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루스 총리는 이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친구인지 적인지'에 대해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오랜 동맹국인 프랑스를 배려하지 못한 외교적 언사란 평가가 나옴과 동시에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아울러 향후 EU와 통상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결국 트루스 총리의 개인적 문제와 영국의 복잡한 상황이 얽혀 그녀에게 큰 난관이 될 수 있는 상황. 이로 인해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트루스 총리의 뜻이 관철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트루스 총리가 제2의 '마가렛 대처'로 역사에 기록되려면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루스 신임 총리는 최종 투표에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을 누름으로써 당선됐다. 하지만 트루스 총리가 보수당 선거 과정에서 분열된 당을 수습해야 할 임무도 지게 됐단 평가다. [사진=뉴욕타임즈]
트루스 신임 총리는 최종 투표에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을 누름으로써 당선됐다. 하지만 트루스 총리가 보수당 선거 과정에서 분열된 당을 수습해야 할 임무도 지게 됐단 평가다. [사진=뉴욕타임즈]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