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 몰각"
대한변호사협회, 檢 인사에 이례적 비판 성명 내기도

지난 4일 발표된 검사장급(級) 인사에 대해 법조계에서 파문이 확산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례적으로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가운데, 검찰 조직 안에서도 “권력에 충성하기만 하면 되는 거냐”는 식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정권 말까지 정권 관련 수사 진행이 더 이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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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한변협은 검사장급 인사 발표가 있는 다음 날인 지난 5일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과 거리가 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유감을 표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번 검찰 인사를 강력 규탄했다. 이번 인사에서 법무부가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무마’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기소)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등을 두고 대한변협은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강도 높은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그러면서 대한변협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의 조항을 거론하며 “피고인이 된 검사 스스로 사퇴해 왔고, 고위직 검사의 경우 더욱 그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국민 전반의 정서”라고 지적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은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停職)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또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 등에 대해서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국내 모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국내 유일의 법정(法定)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이 특정 검찰 인사에 대해 공식적인 비판 의견을 낸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으로 참석한 지난 4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가리켜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일갈한 바 있기도 하다.

검찰 내부 역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법무부의 검사장급 인사 발표가 있은 후 직장인들의 익명(匿名)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대검찰청 게시판에는 “법치(法治)고 정의고 나발이고, 권력에 충성하면 되는구나. 기소돼도 승진하는데, 업무상 약간의 실수로 징계받은 직원들 전부 소송하라. 세상이 코미디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법무부는 이르면 8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뒤 대대적인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달 중순 쯤으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방탄검사단’(防彈檢事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이상현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장,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장, ‘김학의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장 등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모두 필수 보직 기간인 1년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조직개편안이 통과되고, 현(現) 정권에 밉보인 수사를 담당한 주요 부장검사들을 좌천시키고 나면, 사실상 정권 말까지 소신 있는 수사가 모두 정지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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