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 검찰 인사 방향과 조직개편안을 협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 검찰 인사 방향과 조직개편안을 협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단행된 검찰 인사 중 2명의 ‘고검장 강등 인사’를 두고 ‘위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그동안 강조해온 ‘인사 적체’를 이유로, 일부 고검장을 지검장급으로 ‘강등’시키는 인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취임하자마자 인사권을 박탈당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추-윤 갈등’ 때 윤석열 징계 반대했던 2명의 고검장을 지검장으로 강등 인사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전 대전고검장 등 2명의 고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강등시키는 인사가 단행됐다. 고검장을 검사장 급으로 강등시킨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윤 전 총장과 함께 수사를 했던 사람으로, 작년 추-윤 갈등 국면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안에 반대 서명을 했던 사람들이다.

박범계 장관이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협의를 마무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혼자 제청한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검찰 인사는 태생부터 문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승진 인사나 수평 인사는 형식적으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한 ‘표적’ 강등 인사는 앞으로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검장을 지검장 발령내면 ‘부당인사 조치’...행정소송시 법무부 패소 가능성 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검장을 검사장 보직에 발령내는 경우 ‘부당한 인사조치’에 해당돼, 향후 행정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무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도 뒤늦게 이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등과 관련하여 대검찰청 검사급 검사 인사 때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내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인사에서 고검장을 지검장이나 고검 차장검사로 강등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고검장을 지검장에 보임하는 것은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이익한 강등인사에 해당해 위법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장은 차관급, 관용차 있지만 명퇴금 없어 VS. 지검장은 관용차 없지만 명퇴금은 수령 가능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대통령령)’ 등 유관 규정에 따르면 고검장은 차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반면 검사장(지검장)은 고위공무원 가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예를 들어, 고검장은 관용차가 제공되지만 명예퇴직금이 없다. 검사장은 관용차는 제공되지 않지만 명예퇴직금은 수령이 가능하다. 이처럼 ‘처우’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기존에는 승진 인사가 아닌 경우 고검장은 고검장급 보직으로, 검사장은 검사장급 조직으로 수평 이동했다.

현재 법무부가 ‘고위직 탄력 인사’라는 명분으로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전 대전고검장에게 단행한 ‘강등 인사’는 징계 절차에 따른 강등이 아닌, 단순 인사로 현재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는 보직에 임명되는 것이다.

검찰국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강등 인사는 적법한 징계 절차에 따른 강등이 아니라, 위법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강등은 직급을 낮추는 징계에 해당된다. 2명의 고검장에 대한 강등 인사는 직급과 임금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는 ‘중징계’의 일종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단순 전보 인사로 직급을 낮추는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 “징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등 불가...강등 인사는 초유의 위법한 인사”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이런 강등 인사에 대해 “초유의 위법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징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등을 시킬 수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 인사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 인사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의 관계자는 애초 박범계 장관이 탄력인사의 근거로 제시한 ‘적체’가 검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의 인사는 법원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법원에 비해 오히려 검찰이 너무 젊다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 15기인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3기여서 무려 8기수 차이가 났다. 그만큼 검찰이 법원에 비해서 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장도 장관급이고, 검찰총장도 장관급인데 8기수나 차이가 나는 건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신임 검찰총장에 임명된 김오수 청장은 20기이다. 김 대법원장에 비해 5기수나 젊다. 게다가 가장 최근에 임명된 천대엽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21기이다. 따라서 박범계 장관이 지적한 ‘인사 적체’라는 명분은 애시당초 말이 안 되는 핑계였다는 지적이다.

그는 연이어 “김오수 검찰총장이 20기이기 때문에, 현재 23기와 24기인 고검장들은 사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20기인 김오수 검찰총장을 제청한 것 자체가 인사 적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박 장관의 제청을 문제삼았다.

부당인사 당한 구본선과 강남일은 ‘버티기’ 나설 가능성 높아

법조계 안팎에서는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전 대전고검장이 부당한 인사를 ‘버틸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라며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번씩이나 좌천을 당한 한동훈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4번째 좌천인 셈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강력하게 한동훈 연구위원의 현직 복귀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전 대전고검장이 묵묵히 버틸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사들은 어디서 마지막으로 근무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변호사가 돼서 어떻게 인사보복을 당했는지 일일이 설명을 하는 것도 번거롭다. 따라서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서라도 묵묵히 견뎌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임하자마자 ‘허수아비’로 전락한 김오수 검찰총장, 모종의 결단 준비할까

지난 4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는 곧 다가올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김오수 검찰총장이 뭔가 입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김 총장 입장에서는 ‘본인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인사’를 단행한 벅범계 장관을 향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신임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여서 김오수 총장보다는 박 장관의 말을 들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박범계식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박 장관의 입지는 엄청 세지는 반면 검찰총장은 그야말로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한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이 완전히 들이받지는 않더라도,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문제삼을 소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 자체는 내년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바보스러운 인사’라고 규정했다. “국민들이 두눈 똑바로 뜨고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대한 재판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번 인사에 대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내년 대선까지 검찰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므로, 정권교체의 명분은 더 강화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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