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관계자 "기소 전이냐 후냐가 문제 아냐...당사자에게 송달도 안 됐는데"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휘하 부서들에 진상조사 지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공익신고자, "특권층 권력비리 보도, 위법성 없어 감찰 대상 아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조처 수사 외압’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사건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출된 경위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 진상 조사를 14일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박 장관이 이같은 내용으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남관 직무대행 역시 이날 오전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휘하 부서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으로 지난 12일 기소된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주요 내용은 전날(13일) 국내 주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2019년 6월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조처를 한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의 위법 행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서려고 했으나,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의 ‘외압’ 행사로 수사 진행이 무산됐는데, 이 과정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기소 전(前)이냐 후(後)냐가 문제가 아니라, 아직 당사자들에게 (공소사실이) 통보도 되기 전에 공소장이 통째로 언론에 유출돼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앞서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6일 소위 ‘청와대 기획 사정(司正)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다룬 중앙일보의 기사와 관련해 “이 상황을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당(黨) 최고위원회에서 “국회에 (공소장이) 제출된 바 없고, 이 지검장의 변호인에게도 송달되지 않았는데 어디에서 유출됐는지 의심된다”며 “수사팀 내부에서 만든 게 유출된 게 아닐까 의심 가는 대목”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권 인사들의 이같은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 공익신고자는 “이 지검장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의 직무 감찰 없이 공소장 유출만을 문제 삼는 것은 ‘내로남불 법무부’임을 자백(自白·스스로 밝힘)한 것”이라며 “특권층의 권력비리 보도는 위법성이 없어, 감찰 대상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형법은 제126조(피의사실공표)에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알게 됨)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제285조(검사의 모두진술)는 “검사는 공소장에 의하여 공소사실·죄명 및 적용법조를 낭독(朗讀)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에게 공소의 요지를 진술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 2월 박범계 장관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김소연 변호사(前 대전광역시의원)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의 공소장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박 장관이 이전에 했던 발언들을 보면 이번 지시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소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관련해 박 장관은 사건 관련 녹음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고, 앞서 ‘한명숙 전(前) 총리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한 대검 부장회의에 출석한 임은정 대검 연구관(부장검사)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부 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는데, 당시 박 장관은 ‘표현의 자유’라며 임 연구관을 두둔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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