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사실 아니다” 행정관의 진술에만 의존...별도 징계·수사의뢰 조치 없이 감찰 끝내
올해 초 행정관 상대로 감찰 벌여...라임 錢主 김봉현한테서 뇌물수수 혐의
김 전 행정관, 금감원의 라임 조사서 외부로 유출...동생은 김봉현 회사에 취업
라임 사태 관계자 “김 전 행정관이 라임 막아주는 핵심 키”

라임 사태를 무마 시도한 의혹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인./연합뉴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라임 사태에 연루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을 올해 초 감찰했지만, 징계 등 별도 조치 없이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6일 라임 사태의 핵심이자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금감원이 작성한 라임 관련 조사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금감원 간부 출신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이 시기에 청와대 내부에서 라임 사태를 무마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4월 라임 사태에 대한 금감원 내부 자료를 유출했고, 다음 달인 5월 김 전 회장과 경기도 용인에서 골프를 마치고 강남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3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현금 150만원 등을 받았다.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은 지난해 7월부터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임명돼 급여 명목으로 2000여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라임 사태의 관계자인 대신증권 전 센터장 장모씨는 “김 전 행정관이 핵심 키로서 라임 사태를 막아주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날 조선닷컴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올해 초 김 전 행정관의 비위 혐의를 인지하고 감찰을 벌였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라임과 관련) 금품 수수 등 범죄 혐의가 있느냐”고 추궁했지만,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김 전 행정관의 해명을 듣고 감찰을 마무리했다. 별도의 징계나 수사 의뢰 등의 조치는 없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2월 금감원으로 복귀해 인재연수원으로 전보됐다.

이처럼 공직기강비서관의 약한 수위의 감찰에 법조계에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내부 직원이나 공무원들의 비위나 언론유착 혐의에 대해 ‘강제수사식 감찰’을 진행해 논란을 자처했다. 임의제출 형식으로 업무용 휴대폰과 사생활이 담긴 휴대폰을 제출받은 뒤 청와대 내부의 디지털포렌식 장비로 휴대폰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한 외교관은 당초 감찰 내용과는 무관한 사생활 문제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별건 수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당사자들은 “사실상 휴대폰을 뺏긴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청와대가 김 전 행정관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겉치레 감찰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지난 3월 김 전 행정관이 라임 사태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자, “(김 전 행정관이) 라임과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어떠한 지시를 한 사실도 없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사태가 커지자 이전의 실책을 숨기려 뒤늦게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 주말 라임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을 구속했다. 이로써 라임의 불법적인 펀드 돌려막기부터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한 정치권의 비호 의혹까지 남김없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건은 라임이 펀드의 부실을 고지하지 않고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 끝에, 파산과 다름없는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액수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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