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조주빈이 김웅 뒤에 삼성 있다고 주장해 협박에 응했다” 주장과 배치돼
조주빈 “2000만원 챙긴 후에도 JTBC 사옥에서 손석희와 몇 차례 만나”
조주빈, 윤장현 전 광주시장 보는 앞에서 ‘대리인’ 보내 손 사장과 대면케 하기도

손석희 JTBC 사장과 조주빈./연합뉴스

손석희 JTBC 사장을 상대로 협박해 금품을 챙긴 조주빈(25)이 최근 경찰 조사에서 ‘손 사장이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뒤에 삼성이 있느냐고 먼저 물어봤다’ 고 진술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앞서 손 사장은 “법적 분쟁 중인 김씨 배후에 삼성이 있다고 조주빈이 주장해 협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펜앤드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조주빈은 작년 말쯤 텔레그램으로 손 사장에게 접근했다. 여성의 성(性) 착취물을 제작·판매한 텔레그램 ‘박사방’ 일당에 속한 공익근무요원에게 지시해 손 사장의 연락처를 알아낸 것이다. 조주빈은 동기에 대해 “손 사장이 (2017년 4월 경기 과천의 교회 공터에서) 차량 접촉 사고를 내고 현장을 떴다는 사건을 접한 뒤 손 사장에게 접근하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조주빈은 본인을 김씨의 의뢰를 받은 ‘흥신소 사장’이라고 손 사장에게 소개했다. 당시 ‘과천 뺑소니’ 사건으로 김씨와 법적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손 사장이다. 그가 내연녀를 동승해 견인 차량과 접촉 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했다는 의혹도 흘러나왔다. 이 점을 노린 조주빈은 “김씨가 당신과 가족을 해치라고 내게 돈을 지급했다”고 협박하면서도 신변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공갈에 설득력을 얻기 위해 김씨와 텔레그램으로 대화한 것처럼 보이는 조작 문자를 제시했다.

여기까지는 양측의 진술이 비슷하다. 그러나 손 사장이 조주빈에게 2000만원을 지불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며 언급한 ‘삼성’ 부분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린다. 손 사장은 “조주빈이 ‘김웅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으로 위협해 그를 신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고 JTBC 사옥 내에서 몇몇 기자들에 설명했다. 그러나 조주빈은 “손 사장이 먼저 ‘(당신과 김웅) 뒤에 삼성이 있느냐’는 말을 꺼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렇다’며 장단을 맞춰 주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조주빈이 손 사장을 전략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삼성 배후설’ 카드를 먼저 꺼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손 사장은 끝내 조주빈에게 2000만원을 지불했다. 이에 대해 “김웅 기자와의 소송에서 쓸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지만 조주빈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잠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주빈은 “2000만원을 받은 뒤에도 JTBC 사장실 등에서 몇 차례 손 사장과 대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조주빈은 윤 전 시장의 뉴스룸 출연을 약속하며 자신의 대리인 ‘박 실장’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안에 들여보냈다. 이후 윤 전 실장이 보는 앞에서 대리인은 손 사장과 직접 만나 몇 분 간 대화했다. 당시 조주빈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윤 전 시장에게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접근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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