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핵미사일의 95%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규제 대상에 속해”...형평성 문제 제기
지난 8월 INF 공식 소멸에 따라 美 핵무기 탑재 가능한 미사일 韓·日·臺 배치 예상...中, 강력 반발
국내 대다수 언론, 中 왕이 부장 訪韓 ‘한·중 우호 증진 차원’이라 하지만...<조선일보>, “王, 경고 메시지 들고올 것” 지적

강경화 외교부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 11월25일 미국 뉴욕 소재 UN 본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의 말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방한(訪韓)의 예고편이었다.”

지난 2일 어느 외교 소식통은 지난 11월28일 추궈훙 대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세미나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이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외교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왕이가 오는 4일부터 이틀 간 한국을 방문하는 데 대한 그의 평가다. 그는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이후 중국의 대한(對韓) 안보, 통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왕이 부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1월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4일부터 5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국내 매체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4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대다수 언론은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중 양측은)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한 지난 11월28일 기자회견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며 왕 부장의 방한을 ‘한·중 양국 간 우호 증진 차원’으로 해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에 제한을 건 ‘한한령’(限韓令) 해제 소식을 들고 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도 이어졌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3일 보도를 통해 왕 부장의 방한 소식을 전하면서 왕 부장이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와교부장관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을 논의하는 동시에 미·중 분쟁 사안인 중거리 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화웨이 문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함으로써 여타 다수 언론과는 다른 관점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점검했다.

<조선일보>는 또 한국에 미국과 중국 중 중국을 택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왕 부장의 방한에 앞서 2일 방한한 중국 산둥성(山東省) 당서기도 강 장관을 만나 사드 갈등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은 지난 2015년 이래 4년여만의 일이다. 당시 왕 외교부장은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수행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지만 ‘사드 배치’ 문제가 한-중 간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이래 한국을 찾지 않았다.

지난 1987년 미국과 소련 사이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관련 주요 내용.(그래픽=연합뉴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지난 8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데 대한 반응이다.

INF 조약은 지난 1987년 핵무기를 탑재해 상대방을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킬로미터에서 5500킬로미터 사이의 중거리 미사일을 폐기하자는 내용으로 미국과 소련 사이에 체결된 조약이다. 조약의 결과 미·소 양국에서 총 2600여기의 중거리 미사일이 폐기됐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이후 미국 당국은 “중국 핵미사일의 95%가 INF 조약 규제 대상에 속한다”며, 중국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 반해 미국만 규제 대상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한국·일본·대만의 단거리 핵미사일 전쟁 대비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결국, 지난 2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INF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이행 중단’으로 맞서, INF 조약은 지난 8월1일을 기해 공식 소멸됐다.

미 국방부는 조만간 사거리가 최소 2900킬로미터에서 최대 3900킬로미터에 달하는 포스트(post)-INF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적지 않은 군사전문가들 역시 INF 조약 탈퇴 이후 미국이 한국·일본·대만에 미사일을 대거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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