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묻지마 6월개헌'…文대통령·丁의장과 함께 총공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과감한 개혁!! 준비된 혁신!! 새로운 대한민국의 개혁 원년을 선포합니다'라는 주제로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과감한 개혁!! 준비된 혁신!! 새로운 대한민국의 개혁 원년을 선포합니다'라는 주제로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1월 중순 회견인데 "1월내 공식案 확정후 野와 협의" 발언
-사회주의 개헌안·권력구조 논쟁에 함구, '촛불혁명' 당위론

문재인 대통령이 6·13 지방선거-헌법개정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한 3월 중 자체 개헌안 발의까지 공언한 가운데, 집권여당 대표가 1월 중순에 "1월 안에 당의 공식적인 개헌안을 확정하고 야당과의 협의를 시작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내 '묻지마 개헌'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문재인, 홍준표(현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현 바른정당 대표) 후보의 일치된 공통 공약이었다"며 "약속을 지키겠다는 문 대통령과 대통령이 안 되었으니 약속을 깨겠다는 야당 대표들"이라고 규정한 뒤 이같이 밝혔다.

특히 추 대표는 "마치 30년 전 '호헌(護憲)세력'과 '개헌세력' 간의 대결이 재현되는 것 같다. 당시 개헌세력이 국민 대다수였다면 지금의 개헌세력도 바로 국민 대다수"라며 "당시 호헌세력은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었는데 지금의 호헌세력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6월 개헌 찬반에만 천착한 '논리 비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 대표가 3당의 '지선-개헌 동시 투표 대선 공약'은 언급했지만, 여기에서 정작 3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겠다며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라는 권력구조 개편에 공감한 것이었다는 배경은 빠졌다.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권력구조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현 대통령 권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한 명의 대통령이 최장 8년 집권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통령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3당과 쟁점을 좁히기 어려운 스탠스다.

개헌 내용과 무관하게 호헌-개헌세력 비유를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1987년 6·10 항쟁의 화두이자 결과물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명확했으나, 추 대표는 아직 여당의 개헌안을 확정하지 못했음을 직접 시사하면서 '어떤 개헌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재차 회피하는 격이 됐다. 1월 중 여당의 확정된 개헌안이 나오더라도 야권과 합의를 이뤄 200석 이상의 찬성표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발 개헌안이 안갯속에 머무르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논란이 되자 여당이 비호했던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 권고안으로 눈길이 쏠린다. 자문위 권고안은 헌법 전문과 통일 방향 관련 조항 등에서 '자유민주'를 삭제하고, 노동운동계의 입장을 대거 반영했으며,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인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폐지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 '사회주의 개헌' 논란까지 초래한 바 있다.

추 대표는 이날까지도 "촛불시민의 염원이 담긴 개헌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의미하며, 보다 나은 공동체로의 전진을 뜻하는 것"이라는 추상적 언급만 남겼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당리당략에 근거해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야권을 거듭 압박했다.

해가 바뀌면서 야권을 향한 정부·여당의 개헌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1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헌정 질서를 수호해 온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헌법 개정안조차 발의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국회가 개헌 논의를 완결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 명분으로 "지방분권"을 제시하면서도 야권이 개헌에 뜻을 모았던 권력구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회의장이 야권을 상대로 3월 중 개헌안 타결·발의를 압박하는 정부·여당과 '대리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국회의장실이 의뢰했다며 "응답자의 82.5%가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근거로 들었다.

한편 추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 의장은 민주당이 집권 명분으로 삼고 있는 '촛불 혁명'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역사를 돌아보면 시민혁명 이후에는 반드시 개헌이 이뤄졌고, 21세기 첫 개헌이 될 이번 10차 개헌 또한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을 담아내는 미래지향적 개헌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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