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서 지방선거-개헌 동시 실시하는 방안 제시
"3월중 국회 발의 기다리지만 안되면 정부안으로" 못박아
여권발 '사회주의 개헌'논란엔 침묵…지방권력 지지 기댈듯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가 개헌안 합의를 이뤄내지 못 하더라도 정부가 늦어도 3월까지 자체 발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강한 개헌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정부 독자 발의 입장까지 밝힘으로써 정치권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당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전문가들도 문 대통령의 정부 발의 입장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개정안처럼 사회주의 헌법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개헌 동력을 지방분권에서 찾을 것이란 의구심도 높아지고있다.실제로 문 대통령은 개헌 내용에 있어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인 권력구조 개편과 거리를 두면서 '지방분권'을 명분으로 삼았다. 재정자립 걱정을 더는 등 지방정부의 지지를 얻기 쉬운 지방분권을 '당근'으로 앞세워, 아직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은 여권발(發) '사회주의 개헌안'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내·외신 대상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자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의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급된 '약속'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당시 교섭단체 야3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이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를 골자로 한 개헌에 공감대를 이룬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 답변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개헌 당위성 주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층 노골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회에 합의를 요구하면서도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발 나아가 그는 "국회 개헌특위 논의가 2월에 합의를 통해서 3월에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국회를 기다릴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재적 의원 3분의2(통상 200석) 이상 찬성을 얻어야한다는 점을 거론한 뒤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최소분모들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소분모 속에서 지방분권은 너무나 당연하고 국민 기본권 확대 개헌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개헌안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돼왔기 때문에 지방분권 분야든, 기본권 강화 분야든 중앙 권력구조 개편 분야든 개헌안들은 전부 나와있다"며 "그런 가운데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모으면 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방 분권 구상과 관련 "지방정부는 충분히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단순 행정사무를 자치하는 데서 넘어서서 재정, 조직, 인사, 복지에 대해서도 자치권과 분권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방정부는 주민들을 위해 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테고, 이는 지방을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에서 공동위원장도 모르게 친여(親與)성향 위원들이 주도·작성한 개헌 초안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제의 개헌 초안은 헌법 전문과 통일 기조를 명시한 제4조 등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삭제하고 '평등'을 강조하며, 대국민 소득 보장을 명시(33조 2항)하거나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무기한·직접 고용을 원칙(35조 2항)으로 하며 해고로부터 보호한다(35조 5항)는 조항 등을 대거 포함했다.

이와 함께 사실상 노동이사제를 보장(36조 2항)하거나, 기존 국가의 경제 규제·조정을 의무화(119조 2항)하고, 단순 입법으로도 논란이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을 보장(119조 3항 신설), 토지 투기 방지(120조), 자연자원의 공동자산화(121조 2항), 국가의 임대차 거래 개입(122조), 사회적 경제 육성(125조) 등을 명문화함으로써 야권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개헌안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관련 문제제기를 정략적 반대로 치부하는 등 '비판 뭉개기'에 앞장선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방분권 개헌안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지방정부 재정에 대한 중앙정부 보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비단 재정뿐 아니라 중앙정부는 물론 국회의 영향력으로부터 전반적으로 자립을 이룬다면, 이는 지방정부 공직사회나 지방 토호세력에 매력적인 '당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내에서 요구하는 대통령 권력 분산은 사실상 '버리는 카드' 수순이고, 지방세력의 지지를 지렛대로 삼아 문제의 사회주의적 개헌안을 관철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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