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선 '수도권 위기론' 재점화

해병대원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이후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을 다시금 꺼내들며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14일 대전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필승 결의대회에서 "국방부 장관까지 한 사람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수사를 잘못 지휘한 것도 문제인데, 해외로 도망까지 가는 이런 사태가 어떻게 벌어질 수가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경찰로 수사권을 넘기려고 했던 사람(박 대령)을 오히려 항명죄로 잡아들이고 영장까지 청구했던 이 무도한 정권이, 그 사건의 가장 핵심 증인인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빼돌렸다"면서 "(이 전 장관이) 사건 후에 개통한 전화를 증거물로 제출하고 도망갔다. 이것은 조작도 아니고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주 교민들이 관저를 둘러싸서 (이 전 장관이) 관저에서 나오지도 못해 대사를 할 수도 없는데, 거기서 있으면 무엇을 하겠나"라며 "당장 붙잡아 와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과정을 보니 국정을 이런식으로 운영할 것 같으면 국가의 기본 틀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가세했다. 이어 "견제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입법 권력만큼은 제1야당인 민주당에 맡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지난 11일 이 전 장관의 주호주 한국대사 임명과 관련해, 국회법 제 52조에 따라 오늘 오전 10시에 긴급 외통위 소집을 요구했다"면서 "그런데 국민의힘이 선거운동을 이유로 거부해 회의가 열리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 고발된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올해 초 이를 두 차례 연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하기 직전 자진해서 공수처를 찾아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으라고 하면 들어와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와 야당이 정략적으로 이 문제를 키우기 위해 뒤에서 손을 잡은 것 아니냔 식으로 역공에 나섰다. 공수처와 민주당, 친야 성향의 일부 언론이 결탁한 '정치 공작'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날 언론을 통해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철회는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수사기관과 특정 세력과의 네트워크가 작동한 결과라면 추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다" "공수처가 공정한 수사기관이 아닌 좌파 정치공작 기구임을 보여준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선 '수도권 위기론'이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재점화했다.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실이) 출국 금지를 몰랐다 해도 수사 대상인 것이 알려져 있었으므로 사건이 클리어된 후에 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전날"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부분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사건 수사는 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도 "꼭 총선 전에 이렇게 출국하는 게 맞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순한 외교 임명이 아니라 정치적 이슈가 돼 버렸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상민 의원도 "개인적 입장을 물으시면 저는 호주 대사 철회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서울 강서을에 출마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정부가 도피시켰다는 건 침소봉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적 차원에서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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