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 정율성 기념사업 파문...尹대통령 "관련 부처 모두 신속 대응하라" 지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사업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국가보훈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련된 모든 부처가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28일 오전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6·25전쟁 당시 호남의 어린 학도병들이 공산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수많은 애국 영령들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이날 순천역 광장에서 '잊혀진 영웅, 호남학도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를 주제로 한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순천역 광장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 '학도병' 출정식이 열린 곳으로 순천과 여수, 광양, 벌교 등 호남지역 17개 학교에서 모여든 180여 명 학생들이 혈서로 입대지원서를 썼다.

박 장관은 "수많은 독립투사, 호국 영웅, 민주 열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극복하는 역사에서 호남은 늘 앞장서 왔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기억해야 하느냐. 공산당의 나팔수냐, 조국을 위해 제 한 몸 불태우며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호남학도병 영웅들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호남학도병들의 우국충절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도록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 건립을 추진해 '잊힌 영웅' 호남학도병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6.25학도병으로 참전한 고병현(94) 옹과 만나 '영웅의 제복'을 전달했다. 고 옹은 1950년 율촌고등공민학교 재학 중 입대를 거부당하자 망치로 오른손 검지를 찍고 '이 몸을 조국에 바치나이다 무진생 고병현'이라고 쓴 혈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직을 걸고 정율성 기념사업 저지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지만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배반할 수는 없다"며 "중앙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검토(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국가 보조금 및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지시했다. 행안부 감사관실은 지난 23일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한 예산 자료 등을 광주광역시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도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어떤 지자체가 추모 공원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회 통합과 관용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되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연대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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