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후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 커밀라 해리스 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도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약 43분간 영어로 진행했던 연설문에서 북한의 위협, 우크라이나 위기, 한미동맹 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언급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전체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처한 근본 문제를 짚었다.

이는 4·19기념사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4·19 기념사의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법의 지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가 공존하는 방식이며, 의회민주주의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합니다."

이번 연설문에는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법의 지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가 공존하는 방식이며, 의회민주주의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합니다."

이번 연설에서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강조했던 부분은 지난 19일 제63주년 4·19기념사와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4·19기념사에선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많이 봐 왔다"고 했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한다는 표현은 사실상 동일하다. 이번 연설문에서 민주주의 위협 세력을 '전체주의 세력'으로 더 구체화했단 점이 다를 뿐이다.

4·19기념사의 내용을 미 의회 연설문에 재등장시킨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미국 모두 동일한 위기를 겪고 있고, 이를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전체주의 세력'이란 단어가 주는 인상은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 있거나 그들의 후원을 받는 여러 단체들의 수준을 넘어 북·중·러 그 자체를 지칭한다는 느낌까지 준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독재 국가로 전락해버린 러시아,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를 70년 넘게 고수 중인 중국, 정치적으로는 인민민주주의·경제적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 인민이 김씨 일가의 노예로 전락한 북한이야말로 '전체주의 세력'이란 것이다.

이는 연설문에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밝힌 것과도 관련이 된다.

이번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본질적·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전체주의의 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오롯이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그동안 오로지 한국 방위 역할만 해왔는데 이제는 정말 하나의 동맹임을 보여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결국 4·19기념사의 문장과 표현들을 좀더 세밀하게 가다듬고 내용을 구체화함으로써 미 의회 의원들의 공감과 박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4·19 기념사가 좋은 '연습장'이자 '습작'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4·19기념사가 그 최후반부에 등장했던 '사기꾼'이란 표현으로만 관심을 끌었는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지적했던 표현들이 미 의회 연설문에서 재등장함으로써 재평가를 해 봐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연설을 위해 입장하는 윤 대통령과 그를 맞이하는 미국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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