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강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기꾼'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후 처음일 뿐 아니라,역대 대통령으로서도 2007년이후 16년만이다. 의미있는 행보였다.

이같은 형식적인 특별함보다 더 파격적인은 것은 기념사 내용에 있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계속돼 왔던 '자유' 시리즈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발언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기념사나 연설문에 '사기꾼'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 언론 보도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서 역대 대통령의 연설기록물 중 ‘사기꾼’ 키워드 검색 결과를 해보았다고 한다. 김의원은 “역사상 대통령 기념사, 아니 연설문을 통틀어 처음으로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역대 대통령은 강한 표현을 가급적 삼가하는게 오랜 관행이다. 표현이 강하면 그로 인해 찬반 논란이 형성되기 쉽고,무엇보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의 특성상 강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언론보도가 잘 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한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의 표현은 평이하면서도 보편적인 언어와 단어를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다.

대통령이 굳이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장을 길게 하거나 사례를 인용하는 등의 방법만 써도 기자들은 금방 알아차린다.대통령이 강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굳이 왜 이같은 강렬한 표현을 사용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정치 지형을 살펴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의 정치세력 만큼 비정상적이고 부도덕적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국회의 다수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은 대표가 대장동 비리 등 각종 비리사건에 얽혀 재판을 받고있다. 민주당의 전직 대표는 당대표 선거때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역시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민주당의 돈봉투 사건은 현직 의원 수십명이 연루돼 있지만,민주당은 밥값 차원의 문제라고 폄하하며 극단적인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기괴한 현상을 맞고있다.

여기에는 가짜뉴스와 기득권 수호라는 비정상적 힘이 작용하고 있다.민주당에 의해 주도되는 가짜뉴스의 확산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을 약화시키고 지지율도 발목을 잡고있다. 돈봉투 사건이 아무리 크게 문제가 되어도 MBC 시사프로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을 만큼,좌파에 의해 형성된 기득권은 강고하다. 이런게 여론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과 위기감이 윤 대통령의 이날 기념식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가 폭력과 돈에 매수되고 있다는 발언도 강한 표현이다.윤 대통령만이 할수 있는 표현으로 보인다.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리얼 대한민국'이다. 건설노조 지도부가 일하지 않고서도 임금을 받는 것은 노조에 의한 폭력이다. 민주당이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돈에 의한 매수 현상이다.

가짜뉴스와 허위 선동이라는 유령속에 대한민국은 배회하고 있다. 

이날 기념사의 압권은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 왔다"는 문장이다.

민주주의 운동가와 인권 운동가를 행세하는 세력을 정면 겨냥했다. 그게 누구인지는 짐작할수 있다.  윤 대통령은 바로 다음 문장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기꾼'이란 단어를 끄집어냈다. 민주주의 운동가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 발언이 가져올 파장도 예상했을 것이다.하지만 윤 대통령은 파장에 대한 우려보다,그런 현상에 대한 타파에 무게를 두었다. 선거때 윤석열다움이라고 할수 있는 '파이터'로서의 본능에 충실해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헤쳐나가야할 방향에 대한 강조라고 할수 있다. 윤 대통령은 반격을 염두에 둔 듯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함께 모인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희생을 각오하고서 사기꾼 척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이 이처럼 강하고,경우에 따라선 '거칠게' 느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석열 정부가 가는 길은 싸움이다.가짜뉴스와의 싸움,허위 선동과의 전쟁이다.윤 대통령은 이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걸 돌파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수 없다.정치권에 대한 검찰수사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 아니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같은 강한 표현을 실현해낼 후속 조치와 실무적인 방법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지금껏 윤석열정부는 말이 앞서고 행동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은 깃발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는데,내각과 참모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식이다.

역사상 처음이라는 대통령의 '사기꾼'척결 연설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결연한 의지와 함께 내각과 당,지지층의 혼연일체의 추진력이 필요하다.그렇지 않으면 결국 사기꾼에 당하는 일만 생길 것이다.

장정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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