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의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에 대한 한국의 감시 및 정찰, 요격 시스템 등을 포함한 국내 무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검토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 관련 군 수뇌부가 안일한 대응을 했다며 일각에서 비판을 넘어 문책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즉각적인 문책보다는 '흐릿한 대적관과 조직 온정주의'라는 근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군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용산 대통령실 일대의 비행금지구역(P-73)에 침입하고 촬영까지 했을 수 있단 가능성을 지난 3일에서야 파악하고 최종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발표는 번복됐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군의 대응이 전반적으로 잘못됐다는 인식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문제가 안보라인 수뇌부의 전면적인 문책으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5일 저녁 브리핑에서 이종섭 국방장관 책임론이 질문으로 나오자 "군에서 상응하는 각오와 나름의 진행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만 답변했다.

대통령실의 신중한 태도는 6일에도 감지됐다. 이날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군이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한 내부 조사와 감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는 군 내부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군이 북한 무인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되며, 대응 주체인 군이 이를 스스로 밝혀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다.

또한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흐릿한 대적관과 조직 온정주의가 군의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특정 인사부터 당장 책임을 묻기보다 이런 부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며 우리 군이 갖고 있는 결함을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군 수뇌부가 '군인'을 단순 직업이 아닌 '국가 수호'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복무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 군에서 문제가 터지면 덮는 데 급급한 나머지 진상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우리 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4일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단 보고를 받은 후 "추가 도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무장해야 한다"면서도 '정신적 무장'까지 강조한 바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었다.

대통령실의 신중론엔 또 다른 이유도 있단 분석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경질·파면 등 문책 조치부터 하게 되면 그 공백은 누가 메울 것인가란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군 장성들이 우수수 나가 떨어지면 중형 무인기나 스텔스 무인기 도발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책임을 안 지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봐 가며 전술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문책으로 인한 인사 공백을 적극 이용하며 무인기 등 재도발 행위를 언제든 할 수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단 말로 풀이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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