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중 웃음·농담에 종료 후 기념촬영까지 '설상가상'
'비상' 시국 인지하고 있는 것 맞냔 비판 쏟아져
8년 전 '규제개혁 점검회의'와 비교된단 지적도

소수의 대통령실 직원들이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종료 후 텅 빈 회의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데일리, YTN 캡쳐]
소수의 대통령실 직원들이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종료 후 텅 빈 회의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데일리, YTN 캡쳐]

27일 처음으로 TV에 생중계됐던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끝나고 일부 대통령실 직원들이 본분을 잊은 듯한 행동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비상회의 진행 과정에서도 일부 내각 각료들이 심각한 경제상황·위중한 민생 대책 마련 과정에서 웃거나 농담을 하는 등 빈축을 산 데다가 대통령실 직원들까지 행사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해 '설상가상'의 형국이 된 것. 이에 비상회의 개최의 취지가 퇴색된단 지적과 동시에 직원들이 과연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소속 직원들 일부가 기념촬영을 한 장면은 YTN에 포착돼 방송됐다. 비상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 및 각료들이 모두 퇴장해 텅 빈 회의장 한 가운데에서 7명의 직원들이 사진을 찍었던 것. 여기엔 김은혜 홍보수석도 포함됐다. 이를 가장 먼저 포착·보도한 곳은 뉴데일리다.

이 소식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네티즌들은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줬다. "뉴데일리가 이런 보도를 낼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문제인거냐" "개념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웃는 것도 선을 넘는 건데 인증샷까지, 어디 놀러 왔냐" "비상회의가 어떤 자린데 기념촬영 하는 거냐. 장례식장 가서 기념촬영할 기세다" 등 비판 일색이었다.

여기에 회의에 직접 참여했던 각료들이 진행 과정에서 웃거나 농담을 하는 등 '비상' 상황을 망각한 듯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해 일부에선 비상회의 자체를 비판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태풍 때도 국힘 의원들 나가서 웃고 농담하더니, 저런 높은 자리 있는 분들은 먹고 살만 해서 그런가 위기감이나 이런 게 없나보다" "국민들은 힘들고 앞날이 더 두려운데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거다" "서민들은 고물가에 죽어나가는데 자기들끼리 자화자찬하면서 희희낙락하는게 비상회의 맞는거냐" 등 정부 각료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게 맞느냔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회의 중의 웃음이나 농담에 대해선 비판하는 대신 회의 내용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실 웃으면 웃상, 울면 울상이라고 비판받을 것이라 '가불기'인 셈" "아무리 '비상'회의더라도 아예 울상만 하고 있을 건 아니지 않냐" 등이었다.

이번 비상회의에서 소수 대통령실 직원들과 일부 각료들이 보여준 '가벼움'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관했던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드러났던 위기의식·압박강도·심각성과 더욱 대비된단 평가다. 당시 무려 425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진행됐던 '끝장토론' 형식의 점검회의에선 박 전 대통령이 내각 장관들을 사정 없이 비판·지적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공개됐고, 장관들이 대통령의 날선 질문에 진땀을 빼는 모습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지난 2014년 3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 점검회의'서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을 지적하는 모습. 무려 425분간 진행됐던 이 점검회의에선 장관들이 대통령의 날선 질문과 지적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 여과 없이 송출됐다. [사진=YTN유튜브]
지난 2014년 3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 점검회의'서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을 지적하는 모습. 무려 425분간 진행됐던 이 점검회의에선 장관들이 대통령의 날선 질문과 지적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 여과 없이 송출됐다. [사진=YTN유튜브]

일례로 중복된 기술인증 제도 지적에 대해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답변하던 와중 박 전 대통령이 바로 윤 장관의 말을 끊고 '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방송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 전 대통령은 "잠깐만요. 이런 것을 아까 어떤 분 말씀이 실시간으로 어떻게 이게 바뀌고 있고, 어떻게 고쳐지고 있고 하는 것을 알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한 인증규정 관련 콜센터 운영에 대한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데 1381은 많이 아시나. 모르면 없는 정책과 같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상직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 다른 질의를 하는 모습. 인증규정 관련 콜센터 운영에 관한 질문이었다. [사진=YTN유튜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상직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 다른 질의를 하는 모습. 인증규정 관련 콜센터 운영에 관한 질문이었다. [사진=YTN유튜브]

이번 비상회의가 토론회의 일환으로 준비됐지만 그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 것에 비해, 8년 전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대통령 위주의 '탑-다운' 성격을 띤단 비판을 들을 순 있을지언정 토론회란 평가를 받을 만했단 지적이다. 더욱이 점검회의 관련해 청와대 직원들의 구설수도 특별히 없었다. 윤 정부 지지층에서도 '어찌 8년 전보다 못한 행사를 치르게 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단 것.

특히 대통령실 직원들의 기념 촬영과 관련해 과거 청와대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직원들이 마치 대통령실이라는 '관광지'에 놀러온 사람들인 것 같다"며 "상황의 심각성과 행사의 취지를 인지했다면 저런 참사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란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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