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측 선거법 위반 인정하는데 홀로 "이게 재판에 올 일인지"
재판장 제시한 선고기일(6월15일)에 "안될 것같다"…6월18일로 변경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사진=연합뉴스)

과거 저서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여중생을 공유했다' 등의 내용으로 물의를 빚고도 요지부동해 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사법부에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14일 재판에서 200만원이 구형(求刑)된 가운데 "이게 재판에 올 일인가"라며 선거법을 탓하는가 하면, 법원에 선고기일을 바꾸라는 요구까지 했다. 

탁현민 행정관은 앞서 지난해 5월 서울 홍대 인근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선 유세를 하며 선관위에 미신고된 오디오 기기를 이용해 문 후보 육성 연설이 포함된 대선 로고송을 송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운동을 위한 무대 설비를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도 있다.

당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8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순수한 투표 독려 행사라도 비용처리 등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며 유죄를 구형했다.

탁 행정관 변호인은 "행사가 끝나고 틀었던 음악에 선거 로고송, 연설 내용이 포함됐을 뿐 고의가 아니었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에는 탁 행정관 역할이 존재했다"며 "앞으로도 한미 정상회담 등 국가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 담당자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니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했다.

이처럼 검찰도 변호인 측도 선거법 위반을 인정했지만, 탁 행정관은 최후진술에서 "솔직히 지금도 제가 뭘 크게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나아가 "이게 재판에 올 일인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해가 안 되지만 받아들이는 중"이라며 "선거법에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도 했다.

재판장인 최병철 부장판사는 공판이 끝난 뒤 선고기일을 6월15일로 잡았다. 그러자 탁 행정관은 변호인에게 "그날 안 될 것 같다"고 했고, 변호인은 "6월 15일은 남북 공동 선언 기념일이라 청와대 행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다른 날은 안 되느냐"고 재판장에게 물었다. 

재판장은 결국 선고 기일을 6월18일로 바꿨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형사재판에서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엔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바꿀 때가 있지만 흔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모든 논란에 '방탄'을 자처해 '왕(王) 행정관'으로 불려온 인물이 사법적 특혜까지 받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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