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중진 설훈 의원이 지난 20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가 번복하면서 망언(妄言)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의 무자비한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현역 국회의원이 진상규명은커녕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한 것. 이를 바라본 이들로 하여금 '황당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는 거센 비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제 기억으로 한 번도 한적이 없는 사과 성명을 김정은 위원장이 냈다"라며 "이게 무슨 짓이냐, 아무것도 아닌 일로"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 "국민들이 아마 '이 무슨 짓이냐',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죄송합니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그의 실언은 과거 사건 직후에도 있었다. 지난 2020년 9월25일, 설훈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를 통해 "북한이 사과하면 남북관계를 좋은 쪽으로 만들 소지가 생긴다"라며 "북쪽 영역인데 어떻게 할 길이 없다. 소총 사격을 하겠나, (아니면)포를 쏘겠나"라면서 당시 물에 빠졌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살해당하기 전 무려 6시간 동안 어떤 조치를 없었던 정부당국을 이해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이같은 발언을 한 설훈 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부천시을 지역구의 5선 민주당 중진 의원으로, 故 김대중 대통령 과거 총재의 보좌진으로 활동하던 인물이다. 그의 이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5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조건부 연기 촉구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성명서에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조치로서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혔다.
지난 2015년 3월30일, MBC라디오에 출연한 설훈 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라면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데에)믿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어 "천안함 사건에서 이상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간다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었던 이다.
이같은 발언에서 드러나는 그의 놀라운 대북관 및 안보관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캠프 측 인사로 활동하던 민형배 당시 민주당 의원이 국가보안법 전면철폐법안(2112865)을 발의했는데, 여기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설훈 의원은 "용공 조작 사건들을 양산, 시민사회단체들을 탄압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안보 불안 상황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막는 수단"이라고 규정지었다.
앞서 "천안함 폭침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을 몰아가는 경우"를 언급한 그의 안보관과 맞닿아 있는 법안 제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설훈 의원은 지난 2003년 4월18일, '한총련 합법화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해당 성명서에는 "대학생들을 옭아매던 이적(利敵)규정의 굴레를 벗고 미래지향적 학생운동의 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문을 열어줘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약칭인 한총련은 1993년 창설된 대학생 단체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후신격 조직이다. 훗날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판정됐다. 이같은 전대협 세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86운동권 그룹의 핵심 멤버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우상호, 박홍근, 이인영, 송갑석 의원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들의 후신격 단체인 한총련 출신의 인사도 더러 있는데,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전대협의 후신이자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에 대한 합법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실 공방전에 대해 앞서 언급한 이력을 가진 당시 여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이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이라는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내 5선 중진이라는 점, 그리고 지난 17일 YTN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는가'라는 질문에 "결심을 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나가야겠다. 조만간 정리해서 (출마를)발표할 생각"라고 답했다는 점을 종합하면 민주당의 속뜻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음이다.
한편, 이같은 속내를 내보인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21일 하태경 의원을 필두로 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1차 회의에 돌입한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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