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드루킹 측근 USB 확보·분석에서 확인…네이버 압수수색 예정
'경공모' 회원들 작업後 드루킹에 보고, 중앙일보 "김경수와 친분 유지 뒷받침 내용도"
경공모 회원 200여명→김경수 2700만원 후원 엑셀파일도 확보돼
경찰관계자 "수사 진행상황 따라 김경수 재소환도 검토"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의 핵심 '드루킹'(실명 김동원·48) 일당이 제19대 대선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무렵부터 조기 대선을 거쳐 올해 3월까지 총 9만여건의 기사에 조직적인 댓글작업을 벌인 정황이 9일 확인됐다.

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앞서 지난 2일 드루킹 측근인 또다른 김모씨(필명 '초뽀')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암호가 걸린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기사 9만여건에 댓글작업이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기사 9만여건 중 7만1000여건은 지난해 5월22일 이후, 나머지 1만9000여건은 그 전에 댓글작업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기사에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한 불법 댓글 순위조작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네이버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전산자료를 확보할 방침이다.

제출자료가 드루킹 측근이 보관하던 파일인만큼 제19대 대선 전후 광범위한 댓글조작 의혹은 한층 명백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루킹이 운영한 친문(親문재인) 성향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메신저 대화방에는 회원들이 댓글 활동 결과를 드루킹에게 보고한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발표에 앞서 중앙일보는 이날 "드루킹 김씨의 최측근이 경찰에 제출한 파일들"을 근거로 드루킹 일당이 댓글작업을 한 기사를 7만여 건으로 추정하는 보도를 냈다. 파일에는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민주당 의원(現 경남지사 후보)와 드루킹 측이 지속적인 친분을 맺어왔음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공모 회원에 따르면 문제의 파일에는 2016년 10월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하루 평균 100건을 넘는 댓글 작업 내역이 빼곡하게 담겼다고 한다. 이 회원은 "사실상 댓글작업의 전모가 담긴 파일을 드루킹 측근이 경찰에 제출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경찰이 드루킹 최측근 인사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신청한 체포영장이 기각된 뒤, 최측근이 지난 2일 경공모 활동 파일 등을 임의 제출했는데 여기에 광범위한 댓글 조작 정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서 언급된 '최측근'은 경찰이 발표한 '초뽀'로 추정된다.

중앙일보는 또 "제출 파일에는 댓글작업과 관련한 내용을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에게 알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며 "이 내용이 드루킹이 비밀메신저를 통해 김 후보에게 전송한 기사 주소(URL)를 뜻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했다.

당초 김 후보는 대선후보 토론 계기 기사 2건을 드루킹에게 보내면서  "홍보해 주세요"('문재인 10분 내 제압한다던 홍준표, 文에 밀려'),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안철수 "중기·벤처가 만들어야"')라고 청탁성 문자를 남기는 등 총 10건의 URL을 보낸 것까지 알려졌지만 추가로 '댓글조작 현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된 셈이다.

드루킹 측의 활동에 대해 김 후보는 경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받던 중 "김씨가 2016년 9월경 '선플(선한 댓글 달기) 활동'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그 후 네이버와 다음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한 걸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2016년 9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가 '선플 운동'을 처음 거론하자, 같은달 드루킹이 선플 운동을 하겠다며 즉각 '복심'인 김 후보에게 접근한 것이다. 드루킹은 선플 운동의 취지 역시 김 후보와 공감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드루킹은 2016년 12월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틀 뒤 본인이 주도하는 또다른 사조직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국민선플단' 출범을 알렸다. 출범 취지를 설명한 글에서 그는 '민주세력의 정권교체'를 위해 "진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시키자"며 "선플로써 문재인과 더민주를 지원하고 격려"하자고 선동했다. 

한편 경찰은 초뽀의 USB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16년 11월 경공모 회원 200여명이 김 후보에게 후원금 2700여만원을 낸 내역이 담긴 엑셀파일도 확보했다. 각 회원은 대부분은 각각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드루킹 측이 김 후보의 의원실 보좌관 한주형씨(48)에게 지인 오사카 총영사 청탁 등 '민원 편의'를 기대하고 500만원을 건넸다는 것과도 별개의 사건으로 보인다. 한 핵심 회원은 "드루킹은 평소 '돈을 김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기억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다만 이 돈이 어떤 목적으로 조성됐는지, 김 후보 측에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실제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후원한 것인지, 경공모가 회원들에게 모금한 건지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김 후보에 대한 재소환 여부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4일 김 후보를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3시간 동안 조사했지만, 당시에는 보안 USB 내용을 추출하지 못해 관련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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