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여비서도 동행한 美·유럽방문, KIEP 총 3077만원 지원"
"반년前 예산 깎은 USKI·KEI측 만나…'15년 7월 결산심사 직전"
19대서 KIEP예산 출장 김기식 유일…한국당 김종석 "로비성 외유 의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3년 전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 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부터 '의전' 성격으로 3000만원대 예산 지원을 받아 해외 시찰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5일 보도했다. KIEP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 연구기관이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시찰에는 김기식 금감원장의 여비서도 동행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항공비를 비롯한 체류 비용은 KIEP 측이 전액 부담했다고 한다.

김 원장을 수행했던 당시 KIEP 직원들은 출장보고서에서 '본 출장은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이라고 썼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었던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 간사와 예산결산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KIEP는 김 원장이 지난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비서와 함께 미국 워싱턴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을 방문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KIEP에선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다른 직원 2명이 김 원장을 수행하며 면담 섭외, 통역을 지원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들 일행이 열흘간 지출한 비용은 총 3077만원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과 비서의 항공료는 1476만원, 숙박비는 320여만원이 들었다. 이밖에 전체 일행의 교통비와 가이드 비용, 1일 업무추진비(일명 일비) 등으로 1200여만원이 지출됐다. 이 비용은 모두 KIEP 예산으로 충당됐다.

김 원장은 워싱턴에서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등을 만났다. 두 연구소는 미국 내에서 한국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KIEP가 매년 수십억원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김 원장은 시찰 6개월 전인 2014년 11월 10일 국회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두 연구소 관련 일부 예산의 삭감을 추진한 장본인이다. 두 연구소 예산 4000만원을 포함해 KIEP 예산 4억1000만원이 깎인지 반년여 만에 만에 두 연구소 등으로 출장을 간 것이다. "이런 사실은 국회 속기록에도 나타나 있다"고 조선일보는 짚었다.

김 원장을 수행했던 KIEP 직원들은 출장보고서에서 '본 출장은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으로 현지 기관 섭외에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의견 사항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김 원장에 대한 '로비용' 출장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무위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찰 한 달여 뒤인 2015년 7월 정무위 결산 심사가 예정돼 있었다"며 "그래서 김 원장에게 로비성 외유를 제공한 거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19대 국회 때 KIEP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김 원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민주당 의원 핵심 인맥의 일원인 김 원장은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가 정무위 피감기관인 금융사와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를 상대로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수백만원대 강좌를 운영하는 데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선일보는 출장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김 원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혀뒀다.

'로비성 외유' 의혹과 관련 KIEP 관계자는 "김 원장이 USKI·KEI의 목적이나 임무, 운영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 실제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볼 기회를 만든 것"이라며 "당시 여당(현 한국당) 간사도 출장을 함께 가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해당 의원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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