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김기식이 금감원장 김기식에게 묻는다..."이런 출장비 지원 정당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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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의 돈으로 출장가서 자고, 밥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것 이것 정당합니까?

지난 2014년도 10월21일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나온 김기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이다. 

진웅섭 당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게 '공사 임직원들이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나간 총 93건의 해외 출장 중 25건이 자금지원을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명백히 로비고 접대"라고 규정한 데 이어서다.

'기업'을 '피감기관'으로, '심사하는 직원'을 '정무위원'으로 바꾸면 김기식 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직후 받고 있는 '피감기관 갑질 외유' 의혹 추궁에 적확하게 대입할 수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 겸 예산결산소위원장을 역임하던 때 ▲2015년 국회 전년도 결산심사를 두 달 앞둔 5월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여비서와 함께 다녀온 미국·유럽 '나홀로' 출장(총 3077만원) ▲2015년 5월19일부터 우리은행 예산으로 2박4일간 중국·인도 출장(최소 항공·호텔비만 480만원) ▲2014년 3월24일부터 한국거래소(KRX) 예산으로 2박3일간 홍일표 당시 의원실 보좌관(현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과 우즈베키스탄 출장(항공비만 217만원) 등을 다녀왔다는 행적이 최근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정무위원 김기식'은 KIEP가 예산 지원 실무를 맡았던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 예산을 가각 4000만원, 4억1000만원 삭감한 지 반년여 만에 KIEP 예산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가 두 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우리은행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오기에 앞서서는 우리은행에 '중국 화푸빌딩 헐값 매각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 압박한 이력이 있다. 

두 사례보다 앞선 2014년 3월 우즈벡 출장은 한국거래소 측이 '국회 정무위의 이해도 제고, 사업 타당성 파악 및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 기대'(출장 결과 보고서)에 입각해 경비를 전액 지원해준 것이다. 국정감사 발언은 이 출장 후 약 7개월이 지난 뒤 나온 것이며, 이후에도 '갑질 외유' 의혹을 받는 추가 출장이 이뤄졌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세요. 자금 지원받으려고 하는 기업한테 돈 받아서 비즈니스, 퍼스트 타고 가서 하루 70만원짜리 호텔에서 자고 식비 다 지원받으면서 그렇게 해 갖고 투자를 심사해서 결정한 것을 객관적이라고 누가 믿습니까?, 이게 민간기업도 아니고 국가 공공기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국감에서 진웅섭 사장이 계속해서 말을 흐리자, 김 원장이 홍기택 산업은행장에게 라고 되물으며 한 말이다. 날이 섰다. 역시 해 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것일까.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김적김'(김기식의 적은 김기식)이라는 말마저 나올 법하다. 

김 원장은 뚜렷한 금융 전문성은 없지만 참여연대 17년 경력을 보유했고,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핵심 인맥의 일원으로 꼽힌다. 이런 배경과 얽혀,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가 참여연대·민주당 인사들을 강사진으로 꾸려, 정무위 국감 등을 앞두고 피감기관인 금융사와 대기업 국회 담당자를 상대로 수백만원대 고액강좌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무위 간사 시절 갑질 의혹이 잇따르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을 비롯한 야권과 주요 언론에서는 수일간 비판과 사퇴 요구가 나왔다. 김 원장은 갑질 외유 의혹이 불거진 지 나흘째인 8일에 이르러서야 입을 열었는데, '서면 반성문'에 그쳤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공개 기자회견은 아니었다. 김 원장은 8일 금감원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의원 시절 공적인 목적으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나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출장 후 해당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고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만한 혜택을 준 사실도 없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장 때 보좌관이나 비서와 동행한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보좌했기에 수행토록 했으나 그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김 원장은 "앞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높은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금감원장으로서 소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정무위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갑질 외유' 행보는 금감원장 자격 미달이자 스스로의 언행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에 뚜렷한 근거를 대 반박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익 편취 혐의를 놔두고 '공적인 목적'으로 다녀왔다거나,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만한 혜택을 준 사실도 없다'고 논점일탈식 해명을 했다. 사퇴 요구에도 선을 그으면서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됐다.

같은날 청와대도 김 원장 임명 철회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호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원장 보좌관 출신 홍일표 정책실 선임행정관 개입설이 불거진 KIEP의 USKI 예산지원 중단 및 구재회 소장 교체 요구에 관해 "여야 공통으로 내린 결론"이라는 말로 국회에 떠넘겼다. 

USKI 운영에 문제제기를 시작한 장본인이 김 원장이고, 지난 8월부터 정무위 민주당 간사 이학영 의원 주도로 USKI 예산지원 부대의견에 '독소조항'이 포함된 것이지만 '여야 합의'라는 표면적 사항만 강조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일에는 KIEP가 '정무위원 김기식'의 출장비를 댄 것에 "실패한 로비"라고 규정했지만, 이날 "설사 로비 차원으로 했다 할지라도 실패한 게 아니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말을 돌렸다. 홍 행정관 조사 계획에 관해서는 "갑자기 거물로 급성장한 홍일표씨 건에 대해서는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벽을 쳤다.

문재인 정권의 인사 행태는 '참여연대와 공동정권',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는 참여연大'라는 자조 섞인 비판을 낳고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에서는 8일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함진규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김기식 갑질의혹 진상조사단' 출범을 알렸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김 원장에게 제기된 일련의 의혹을 거론한 뒤 "김 원장은 금융을 감독할 게 아니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특별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범죄 수준의 '갑질 삥뜯기'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김 원장은 금감원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당시 법안을 제안 설명한 당사자가 김 원장이며, 김영란법의 중요성에 대해 가장 강력한 입장을 강조한 의원이 바로 김 원장"이라고도 짚었다. 

참여연대 출신 조국 민정수석이 인사검증을 맡고 있는 청와대의 인사 방식을 놓고 "오로지 코드인사로 참여연대 출신이면 '만사 오케이' 묻지마 인사, 끼리끼리 인사가 김 원장과 같은 인사 대참사를 야기한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의 입장문에 관해서는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이날 논평을 내 "'협조'는 '뇌물'로, '죄송'은 '사퇴'로 표현을 바꾸라"고 직격했다. '공적인 업무', '기관 혜택 사실 없다'는 변명에는 "앞으로는 압력을 넣고 뒤로는 관련 기관의 주머니를 터는 '수퍼 갑질 여행'을 했다는 실토"라고 일축했으며, 타 정무위원과 동행 않고 보좌관·비서를 대동한 것에는 "업무라고 항변하는 것이야 말로 황제여행을 다녀왔다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김 원장은 국민들이 더 분노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금감원에서 짐을 싸서 중앙지검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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