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일각서 "김상조 교수 공정위원장 임명보다 더 충격적"
"김기식, 은행계좌 가진 것 말고 금융 아는 것 뭐가 있나" 냉소적 반응도
장하성 조국 김상곤 정현백도 참여연대 출신
참여연대는 '천안함 음모론' 등 전형적인 좌파 단체
野 "시민운동 경력이 전문성? 親文 일자리 창출 캠코더 인사"
논쟁 일 틈도 없이 文대통령, 김기식 임명안 재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묻지마 코드 인사'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

좌파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 핵심 멤버로 노골적인 반(反)대기업 성향을 드러냈던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52)이 30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된 당일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 고도의 금융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감원장을 전문성 없는 정치인 출신이 맡는 것은 1999년 통합 금감원이 출범 이후 1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30일 오전 금융위 의결을 거쳐 김기식 전 의원을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과 금융위원장의 제정 후 별도의 국회 인사청문회 등이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문 대통령은 임명제청안이 올라온 지 반나절여 만에 재가했다.

금감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권은 물론, 일반 기업의 회계에 관한 감리권한도 갖는다. 특히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를 거느린 7개 대기업집단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금융권·재계 일각은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한 것 이상의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계 사정에 밝은 인사들 사이에서는 "금융에 대한 김기식의 연관성이라고는 은행계좌 가진 것 외에 뭐가 있느냐", "하다못해 채권 수익을 이해라도 하느냐"는 냉소도 잇따랐다.

금융위는 "김 내정자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 등으로 오랜 기간 재직해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개혁적 경제정책 개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제19대 국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소관하는 정무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 정책‧제도‧감독 등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제청 사유를 설명했지만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경제 및 금융전문가는 드물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온 김 금감원장은 참여연대 정책실장(1999년)과 사무처장(2002~2007년), 정책위원장(2007~2011년)을 거쳐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뒤 현재는 민주당 외곽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기식 내정자가 몸담은 더미래연구소는 친북성향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전대협 부의장' 출신 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활동했던 참여연대는 대표적인 좌파 단체의 하나다. 북한 정권이 천안함 폭침을 저지른 2010년 당해 북한 소행임을 부정하는 음모론 기반 서한을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보낸 전력(前歷)이 있다. 이 단체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낸 '9대 분야 90개 개혁과제 제안서'에도 음모론에 기반한 "천안함 침몰 진상 규명"요구가 포함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번 금감원장 인사에 대해 야권에서는 즉각 문제 제기에 나섰다.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평생을 시민운동에 투신한 김 전 의원을 금감원장으로 꽂은 것은 친문(親文)인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전문성 따위는, 금융시장 혼란으로 피해입게 될 국민따위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과거 어떤 정권도 이렇게까지 전문성을 무시하는 낙하산 인사를 한 적이 없다"며 "금감원장 낙하산 투입으로 금융시장 자율성이 사라지고 규제 일변도의 야만스런 칼춤을 추는 금감원만 보이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전문성이 시민운동 경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김 전 의원의 금감원장 임명 제청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금감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그 무엇보다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핵심 가치"라며 "전형적인 캠코더 인사로 금융 분야 관치를 대놓고 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적폐도 이런 적폐가 없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 전 의원 경력에서는 금융 전문성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금융은 국가 경제의 심장이자 혈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영역"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내 식구 챙기기가 엄청난 국민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반금융, 정치권 코드인사인 김 금감원장 임명제청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쟁이 일 틈도 없이 이날 오후 6시가 채 되기도 전에 문 대통령이 김 금감원장을 정식 임명했다고 청와대가 밝힘으로써,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마자 사임한 지 18일 만에 공석이 메꿔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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