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국가에선) 증거 통해 진실 발견하고 그 과정서 발생할 만한 인권침해 가능성 배제...北서는 '인민교육' 목적
"판사가 정의 실현하겠다고 하면 그 정의는 왜곡, 정치적 발전 사회 만들겠다고 하면 특정 정파 이익 대변 가능성"
글에서 별도 人名 거론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文정부・사법부 겨냥...앞서도 다수 사례서 편향재판 논란 일어와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사진 = 김태규 판사 페이스북 캡처)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사진 = 김태규 판사 페이스북 캡처)

사법부 좌경화를 비판해온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법은 정치에 종속돼서는 안되고, 오히려 정치의 잘못 분출되는 에너지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인민재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부장판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민재판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명국가의 형사법에서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임의수사로 이루어진 것도 정해진 증거법칙에 맞지 않으면 증거가 되지 못한다”라면서 “(문명국가에서는) 증거를 통해 객관적인 진실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만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이러한 다양하고 복잡한 증거법칙들을 지키고, 또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김 부장판사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형사재판이 ‘인민들을 교육한다‘는 목적이 있다. 피의자 방어권이나 증거능력 제한 등 공정한 법적 절차는 이뤄지지 않은 채 자신들의 체제나 정치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김 부장판사는 “(북한 등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재판은) 과거에 일어났던 하나의 범죄가 가지는 객관적인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그 범죄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가 중요하다”며 “범죄자 개인이 중요하지 않고 그의 인권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 범죄자를 징벌함으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대중이 중요하고 그 대중의 체제에 대한 굴복과 복종이 중요한 것”이라 부연했다.

그러면서 “판사가 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실현시키겠다고 결의에 차서 이야기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사가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정의를 실현시키겠다고 하지만 그 정의가 자신의 잘못된 가치관에 기초한 왜곡된 정의일 가능성을 온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판사가 법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수의 폭거일 수 있다. 판사가 법으로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 약자는 기망에 능란한 사기꾼일 수도 있다. 판사가 정치적으로 발전된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서지만 그것이 특정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법은 그 어떤 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정치에 종속되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정치의 잘못 분출되는 에너지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라며 “재판관이 가치를 추구하는데 법을 수단으로 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면 그 다음에는 당연히 형사법의 원칙을 허물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도 했다. 이어 “이러한 ‘인민재판의 충동’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판사들에게도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요구하고 부추기고 응원하는 자들도 여전히 있다. 야만으로 복귀하지 않으려면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글 서두에 “예전에 포스팅을 한 번 했던 글인데, 평소 믿고 지내는 법조 후배가 어떤 이유에서 지금 다시 한 번 더 포스팅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해 다시 올린다”고 했다. 그는 글에서 특정 인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글을 받아본 인사들은 해당 글이 사실상 현 법조계를 겨냥한 것이란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법조계에서도 “현정부 들어 사법부에 다수 좌편향 논란 판사들이 요직에 앉으면서 재판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 돌고 있다. 좌편향 논란 판사들이 정권 비리와 엮여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등 친문(親文) 인사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전광훈 목사 등 반문(反文)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다수 판사들이 총선에 출마한다며 사표를 내면서 ‘사법부의 정치 오염‘우려가 현실화 되고있기도 하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김 부장판사가 올린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

《인민재판에 관하여...》

● 사회주의에서 법이란 정치이데올로기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

사회주의에서 법이란 정치이데올로기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된다. 스탈린 당시 사회주의 국가에서 법은 노동자들의 편익을 위해 시행되고, 자본주의 잔재를 소탕하여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도록 하는 등 하부구조를 개조 발전시킬 수 있는 창조적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하에 사회주의자들은 법은 ① 사회주의 체제를 국내외의 반혁명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억압의 도구로서 보호적 상부구조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② 사회주의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한 경제조직자로서의 기능을 가지며, ③ 장래 실현될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내는 기능을 가진다고 보았다.

● 북한에서는 재판의 독립, 법의 자율성, 법의 지배를 주장하고 나서면 이른바 ‘반당종파주의자’적 태도로 평가

유사한 취지에서 김일성도 “우리의 법은 사회주의 사회의 법이며, 플로레타리아 독재의 기능을 수행하는 우리국가 주권의 법이다”라고 하여, 사회주의에 대립하는 자본주의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플로레타리아의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을 강조하였다. 북한에서는 재판의 독립, 법의 자율성, 법의 지배를 주장하고 나서면 이른바 ‘반당종파주의자’적 태도로 평가하고, 이들에 대해 ‘재판사업의 신비화’를 도모한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당으로부터의 일정한 지도와 통제는 당연히 필요한 것으로 본다.

북한에서의 최고규범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교시와 말씀 및 이를 구체화한 노동당의 사법정책”이다. 헌법을 포함한 실정법은 그 다음에 위치한다. 그리고 노동당의 사법정책 위에 김씨 일가의 교시가 위치하는 형태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유례가 없다. 

● 인민들을 동원하여 그 자리에서 재판장이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게 한 다음, 필요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사형

북한에서의 형사재판은 그 교육적 역할을 강조한다. 인민을 재판적 통제와 제재를 통해 사회주의적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도록 교양개조하고, 인민으로 하여금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행위에 대한 증오심을 고양시키며, 인민으로부터 당의 사법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형사재판을 이용한다. 

재판을 통해 인민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하여 재판정에 방청인들이 강제로 참가하도록 하고,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필요한 사건은 큰 회의장에서 인민들을 동원하여 그 자리에서 재판장이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게 한 다음, 필요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사형을 집행하기도 한다. (최근 언론 기사에 따르면, 총살을 시키는 형집행장의 참관인석 맨 앞줄에 초등학생들을, 그 다음 줄에 중고등학생들을, 그 뒤에 성인들을 배치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도 재판과 형집행을 통해 교훈적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재판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증거를 찾아내는 방법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증언거부권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인 전문증거라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비슷한 사안에 대하여 유추해석을 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가벌성을 판단할 때에는 ‘사회적 위험성’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한다. 연좌형 제도도 도입하고 있고, 백지형법도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상은 대강의 북한의 형사재판, 인민재판의 모습이다. 결국 법은 정치에 의해 종속되는 것이 당연하고 정치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인데, 법률가로서 벌써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 6.25.사변 중의 북한의 인민재판과 관련한 입법 등

이러한 인민재판은 지금도 북한의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법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고, 남한 지역도 6.25사변을 겪으면서 혹독하게 체험한 적이 있다.

북한은 1950년 7월 22일 ‘전시 조건하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하여 형법 적용에 관한 지도적 지시’를 채택하여 반국가적 행위와 그에 대한 투쟁을 강화하고자 하였고, 1951년 1월 5일에는 ‘적에게 일시 강점당하였던 지역에서의 반동단체에 가입하였던 자들을 처리함에 관하여’라는 군사위원회 결정을 채택하였으며, 같은 해 2월 10일에는 ‘대중심판회에 관한 규정’, ‘자수자 취급절차에 관한 규정’라는 내각결정을 채택하였다. 

1951년 2월 16일에는 ‘군중심판회의에 관한 규정’을 내각결정으로 채택하는데, 이 규정에 따라 체제반대세력을 대중 앞에서 폭로규탄하고 전 인민의 투쟁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중 앞에서 충성을 맹세시키거나 거부할 경우에는 무참히 교수 타살시키도록 하였다.

1951년 4월 7일에는 ‘미제국주의자와 그 주구 이승만 매국도당들과 결탁하여 인민들을 탄압하고 애국자들을 무참히 학살한 악질적인 반국가적인 범죄자들을 처벌함에 관하여’라는 법규를 채택하는 등 전시 하에서 자신들의 체제나 정치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다수의 법규를 제정 공포하였다. 

● 문명국가의 정상적인 증거법칙 등

문명국가의 형사법에서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임의수사로 이루어진 것도 정해진 증거법칙에 맞지 않으면 증거가 되지 못한다. 

증거를 찾아내는 방법도 임의수사나 영장에 의한 제한적인 강제수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들은 것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증언거부권도 인정되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형벌규정을 둘 수 없으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을 통해 가벌성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연좌형이나 백지형법과 같은 용어는 아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증거를 통해 객관적인 진실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만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이러한 다양하고 복잡한 증거법칙들을 지키고, 또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형법이 되고 나면 그러한 법원칙들이 번거로운 장애물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앞서도 보았듯이 북한형법은 그 모든 증거법칙들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증거법칙들과 법원칙을 모두 지키고는 법이 정치에 제대로 봉사할 수도 없다. 일반대중을 그 이념과 체제에 복종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수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과거에 일어났던 하나의 범죄가 가지는 객관적인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그 범죄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가 중요하다. 범죄자 개인이 중요하지 않고 그의 인권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 범죄자를 징벌함으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대중이 중요하고 그 대중의 체제에 대한 굴복과 복종이 중요한 것이다. 

● '인민재판의 충동'은 피해야 ...

판사가 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실현시키겠다고 결의에 차서 이야기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사가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정의를 실현시키겠다고 하지만 그 정의가 자신의 잘못된 가치관에 기초한 왜곡된 정의일 가능성을 온전히 제거할 수 없다. 

판사가 법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수의 폭거일 수 있다. 판사가 법으로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 약자는 기망에 능란한 사기꾼일 수도 있다. 판사가 정치적으로 발전된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서지만 그것이 특정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법은 그 어떤 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정치에 종속되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정치의 잘못 분출되는 에너지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재판관이 가치를 추구하는데 법을 수단으로 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면 그 다음에는 당연히 형사법의 원칙을 허물고 싶은 충동이 든다. 

형법의 구성요건을 완화시키고 싶고, 확장하고 싶고, 유추해석하고 싶어진다. 남의 말을 전해들은 것뿐이라고 해도 왠지 그것만을 빌미로 해서라도 가치의 적, 이념의 적을 쳐버리고 싶은 것이다. 증언거부권을 무시해서라도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고 싶어지는 것이다. 증거능력도 가능하면 부여해서 증거로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민재판의 충동’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판사들에게도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요구하고 부추기고 응원하는 자들도 여전히 있다. 야만으로 복귀하지 않으려면 경계해야 할 일이다.

6.25.사변을 겪으면서 인민재판이라는 참담한 사법제도에 희생되었을 우리 선대들이 생각나서 써 보았다.

(※ 일부 내용은 학술논문을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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