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재판 고의 지연시켰다며 의혹 내놨던 이수진 "판사도 정치적 동물"이라며 총선 출마 선언...고향 전주론 안 나가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도 일축하며 "오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오해가 두려워 사법개혁 저버릴 순 없지 않느냐"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 (사진 = 연합뉴스)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 (사진 = 연합뉴스)

소위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관련 양승태전 대법원장에 대한 의혹을 내놨던 이수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기회가 된다면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정치에 심각하게 오염됐음을 보여준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판사는 2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집요한 영입 요청을 받았다. 법원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사법개혁 과제를 국회 입법으로 완성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법조 인사를 영입하겠다며 이 판사를 ‘총선 인재영입 3호’ 물망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좌파 성향 법조인 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해왔다. 사법연수원 31기인 이 판사는 인천지법,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쳤다. 양 전 대법원장과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며 일했다. 이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징용 판결을 고의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내놨다. 그의 폭로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잇단 검찰 조사 뒤 지금까지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판사는 현재는 사의를 표명한 뒤 사표 수리 절차만 남기고 있으며, 고향(전북 전주)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법부의 독립 훼손 우려를 일축하는 발언도 있었다. 이 판사는 “판사도 다른 시민과 똑같은 정치적 동물”이라며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오해가 두려워 사법개혁을 저버릴 순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좌편향이 의심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과 관련해서도 이 판사는 “법관은 국제적 인권 기준에 대해 공부하고 재판을 해야한다. 분단국가에 있다보니 인권 공부를 해도 좌파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인권은 진보와 보수 모두가 지켜야하는 규범”이라고 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리와 관련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아왔는데, 이날 인터뷰에서는 “사실관계와 판결문을 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 판사 의혹제기 이후 소위 '사법농단'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이 판사 의혹제기 이후 소위 '사법농단'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이 판사의 출마 선언과 관련, 사법부가 정치에 심각하게 오염됐음을 비판한 법조인도 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이 판사 출마 관련 소식과 함께 “이 판사는 ‘판사도 다른 시민과 똑같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지만 완전히 틀렸다. 판사는 어떤 경우에도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사법정신을 잊으면 안되고 이를 망각하면 법복을 입은 정치인일 뿐”이라며 “사법부 정치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의 석연찮은 조국, 송병기 영장기각은 그와 무관할까”라고 비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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