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병기 가명 처리하고 신분은 특혜 의혹받는 레미콘 사장 운전기사로 허위 기재
경쟁 후보인 김기현 시장 수사 벌이기 위해 내부고발자로 포장한 셈
경찰, 송병기 두 차례 불러 각각 실명과 가명 처리...한 사람 진술을 두 사람 분으로 부풀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그의 신분을 속이고 가명 조서를 쓴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앞두고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 전 시장의 낙선을 겨냥해 청와대에 그의 측근 관련 비위 혐의 등을 제보한 인물이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송 부시장의 신분과 이름이 경찰 조서에 다르게 적힌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20일 송 부시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진술자 성명을 ‘김형수’로 조서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한 송 부시장의 신분을 A레미콘 업체 사장의 운전기사인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고 한다. 문제는 A레미콘 업체가 김 전 시장 측근인 박기성 전 비서실장에게 사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 조사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경찰이 당시 경쟁 후보였던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캠프에 민간인으로 합류한 송 부시장을 내부고발자로 꾸며준 것이다. 또한 경찰은 송 부시장의 가명 조서에 “A레미콘 업체 사장이 진술 사실을 알 경우 조폭을 동원해 위해를 가할 수 있어 가명을 사용한다”고 사유마저 허위로 적었다.

또한 경찰은 송 부시장의 가명 조서를 작성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송 부시장을 한 차례 불러 면담했다. 이때는 송 부시장의 신원을 정상으로 기재했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모두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결국 경찰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감행하기 위해 한 사람의 진술을 두 사람의 것으로 과장한 셈이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가명 조서를 작성한 경찰 측에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가명 조서는 성범죄 등 보복범죄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작성되지만 진술자 신분을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한 허위로 작성한 조서로 영장을 신청해 수사를 전개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송 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송 시장 측 측근들이 세운 선거전략과 공약 등이 적힌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그리고 여기에 적힌 내용을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이 적극 지지하며 ‘선거 개입’ 정황이 상당수 드러났다. 이에 더해 경찰의 허위 조서 등으로 검찰은 수사기관인 경찰도 송 시장의 당선에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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