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기현 측근 의혹 첩보 靑에 넘긴 송병기 압수수색하며 선거 전략 적힌 다량 문건 확보
“송철호 당선 위해선 단독 공천 필요”...민주당 경선없이 송철호 단독 후보로 공천
송철호의 공공병원 건립 공약...송병기가 청와대 선임행정관 만나 논의한 뒤 내걸어
김은경 환경부 장관, 울산시장 김기현 아니라 송철호와 지역 주민들 만나며 의견 청취도
김부겸도 울산 들러 ‘하명수사 의혹’ 황운하와 접촉...송철호 선거캠프 前위원장도 만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정부·더불어민주당이 송철호 민주당 소속 시장의 선거전략을 전폭 지지하며 당선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첩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 관용차 등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면서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문건이 다량으로 발견된 것이다.
조선일보 13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송 시장 측근들이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송 시장의 당선 전략을 논의한 각본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이 이를 지지하고 수용하면서 사실상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에는 선거 전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 송 시장이 단수후보로 공천돼야 한다는 제안부터 김 전 시장 당시 후보를 이길 전략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고 한다. 먼저 당내 경선의 경우 민주당 지도부는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 지역 유지이자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반발했고 올 7월 자신의 저서에 민주당 울산시당 관계자들 비판하는 내용을 적었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로 유명하다.
또한 송 시장의 선거 공약 등을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가 사전에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있다고 한다. 당시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 합류했던 송병기 부시장은 지난해 1월 청와대 장모 선임행정관과 만나 송 시장의 공공병원 건립과 관련한 공약 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송 시장 캠프에선 공공병원 건립 공약을 내걸었다. 이후에도 송 시장 측은 지방선거 전까지 청와대 인사들과의 접촉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서 제시한 ‘현직 장관의 울산 방문’도 각본대로 이뤄졌다. 2017년 10월 26일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해 보전 방안과 물 공급 등에 대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런데 이날 김 장관과 동석했던 인물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이 아니라 지역 변호사에 불과했던 송철호 시장이었다. 검찰은 송 시장이 청와대에 김 전 장관의 방문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이 같은 방문이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의 수첩에도 김 전 장관의 방문 일정을 청와대와 사전 협의한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장관 방문 일정을 울산시청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환경부 장관의 방문 13일 전인 10월 13일에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울산에 들렀다. 당시 울산 남구 테크노산업단지 등을 찾은 김 전 행안부 장관은 방문 중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지역 건설업자 류모씨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청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핵심 인물로서 청와대의 하명 수사를 받아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선거 직전 개시했다. 류씨는 지난 2014년 7월 송 시장이 무소속으로 나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문건들을 근거로 여당 후보 측이 설계한 전략을 청·정·당이 지원한 것은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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