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철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평창 폐막식에 파견' 통보
靑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주역으로 확인된 바 없다"
"신영복 존경한다고 커밍아웃했던 문대통령이니까 가능한 일"
한국당 긴급의총 열어 "방한 반대" 당론…23일 靑 항의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연합뉴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 북한의 주요 대남 무력 도발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김영철이 이끄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단원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수행원 6명이다. 이들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한국으로 내려올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은 북한의 대표적 대남도발 사건인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의 배후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 폭격 이후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제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데 이어 국방부는 2010년 5월 21일 북한 정찰총국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이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천안함 공격이 북한 정찰총국에서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디에 속한 세력이 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황원동 국방정보본부장(공군 중장)은 "과거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 정찰총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010년 11월 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군 김격식 대장과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이 이번 연평도 공격의 배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국내 정보당국에 의해 2009년 12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는 지령을 내린 인물로 지목됐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목함지뢰 사건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소니엔터네인먼트 해킹사건의 배후로 김영철을 지목했다. 당시 김영철은북한군 정찰총국장을 역임하며 대남공작과 군사도발을 관장했다. 현재 그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제재대상으로 지정돼 있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영철은 북한 내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로 꼽히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물론 김정은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입장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고위급 대표단 체류일정 등 실무적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연스러운 기회에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폐막식 참가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예정”이라며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의 문제는 우리가 미국에 통보했고 미국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고 조선일보가 22일 보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9일 김영남이 참석했던 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에서 신영복 교수를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밝혔다. 지난 10일에 북한의 김영남,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는 고 신영복 교수의 서화 ‘통(通)’자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선거 슬로건으로 사용한 ‘사람이 먼저다’의 서화는 신 교수의 작품이다.

신영복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1968년 북한 노동당의 지령과 자금을 받아 움직였던 반체제 지하조직인 통일혁명당(이하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그는 1988년 전향서를 쓰고 수감생활 20년 만에 가석방됐지만 1998년 8월 ‘월간 말’과의 인터뷰에서 사상 전향을 부인하며 통혁당 가담은 양심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차례 북한체제와 북핵을 옹호하고 한국과 동맹국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문 대통령이 존경하는 신영복의 사상은 주체사상 즉 김일성 사상”이라며 “문 대통령이 ‘커밍아웃’을 했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전락시킨 문재인 정권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맞이하겠다고 나섰다”며 “북한이 감히 김영철을 폐막식에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하겠다는 후안무치한 발상을 하게 한 것은 그동안 북한 해바라기에 굴종과 굴욕을 밥 먹듯이 해온 문재인 정권이 불러들인 희대의 수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할 말을 잃었다”며 “천안함 폭침과 각종 대남 도발의 주범인 김영철이 대한민국 땅을 밟을 단 한 가지 사유가 있다면 그것을 우리 영해를 지키다 산화한 천안함 장병들과 그 가족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죄상을 자복하고 무릎을 꿇으러 오는 일 뿐”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22일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김영철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주범으로 당시 대남 정찰총국 책임자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침지뢰 도발을 주도한 자"라며, 긴급체포 또는 사살 대상자라고 규정했다. 한국당은 비공개 의총 결과 내일(23일) 오전 9시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김영철 방한 결정 철회를 요청하기로 했으며, "애국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