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법무 행안장관 선관위상임위원 인사혁신처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모두 호남 출신...3군 참모총장 중 2명도 호남
개각 때 장관 후보자들 출생연도 뒤에 출생지 표기해 왔지만 靑, 2기 개각에서 의도적으로 표기 안 해
김의겸 靑 대변인 "출생지역이라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아...불필요한 논란 끌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 중심으로 발표"
靑 방식대로라면 호남 출신 장관 후보자 4명, 고등학교는 타지역에서 졸업했기에 호남 출신 아닌 것 되나?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노골적인 '호남 편중 인사'를 해왔다. 8일 발표한 2기 개각에서는 조금 자제하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더욱이 청와대는 그 동안 관례적으로 장관 후보자들의 출생연도 뒤에 출신 지역을 표기해온 것과 달리 출신 고등학교만 표기했다. 이를 두고 '호남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청와대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의 발표에선 후보자들의 한글이름과 한자이름, 영문명, 출생연도, 학력, 경력만 표기됐다. 학력은 고등학교 이후만 담겼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출생연도 바로 뒤에 출생지를 표기해 발표했다. 지역 안배를 고려한 인사 발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에 후보자들의 출생지를 밝히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에 대해 '고등학교 중심의 탕평 인사'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지연 중심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에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생지역이라는 것이 객관적이지도 않다. 출생지역에서 태어나서 오래 성장해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출생만 하고 성장은 다른 곳에서 한 분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끌지 않기 위해 이번에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발표를 했다. 확정적이지 않지만 앞으로도 이런 원칙과 기준이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장관 후보자 7명 중 호남 출신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총 4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식 '고등학교 중심의 탕평 인사'대로라면 진영 후보자는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최정호 후보자는 경북 금오공고를, 박양우 후보자는 인천 제물포고를, 조동호 후보자는 서울 배문고를 졸업했기 때문에 호남 출신은 아무도 없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장관 18명 중 호남 출신은 6명이 됐다. (그래픽=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장관 18명 중 호남 출신은 7명이 됐다. 연합뉴스는 6명이라고 잘못 소개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엄연한 출생지를 두고 도대체 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을 고향으로 둔갑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도 또 호남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두려워한 나머지 '고등학교 중심의 탕평 인사'라는 말도 안 되는 개념을 급하게 만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사랑'이 이제 안쓰러울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이번 개각으로 선거와 관련된 공권력 전원이 호남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선거는 공정함이 생명인데,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최근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활동을 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된 전북 장수 출신 조해주 위원을 비롯해 전남 영광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 전남 무안 출신 박상기 법무부 장관, 전남 담양 출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광주광역시 출신 문무일 검찰총장, 전남 영암 출신 민갑룡 경찰청장, 전남 강진 출신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전남 장성 출신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전북 군산 출신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3월 9일 현재, 일부 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 중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잘 이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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