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앞 도로 없애고 기존 도로도 좁혀...종로구민·구청장 "병목현상 일어날 것"
서울시,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관련 '소통 부족' '정치 편향' 등 비판받아
우려에도 市측 차로 확대 어렵다는 입장 내...세월호 천막 대체 조형물 계획도 추진 중

서울시가 만들겠다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감도.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가 만들겠다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감도. (사진 = 연합뉴스)

광화문광장의 두 동상(이순신 장군·세종)을 옮기고, 바닥에 촛불 집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넣는다고 해 논란을 빚었던 서울시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로구 주민들이 서울시의 새 설계 안 중 왕복 10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줄이는 데 대해 반대 서명을 벌이는 한편, 박원순 시장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영종 종로구청장도 교통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5일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 조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교통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계획에서는 교통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은 광장 면적을 크게 늘리는 안이다. 현재의 광장보다 면적을 3.7배 늘리고(1만 9,000㎡→6만 9,000㎡), 세종문화회관 앞의 5차로를 광장으로 편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교보빌딩 앞을 지나는 5차로는 왕복 6차로가 된다. 광장이 확대되면서, 광화문 앞 T자 도로도 10차로에서 6차로로 줄어든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사진 = 연합뉴스)
김영종 종로구청장. (사진 = 연합뉴스)

김 구청장은 서울시 계획이 추진되는 경우 서울시청~광화문광장 구간과 사직동 일대에 병목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특히 주말에는 집회가 잦은 광화문광장 특성상 이런 병목현상이 더 심화된다고도 했다. 그는 “(서울시 안을 따르더라도) 최소한 편도 4차로, 왕복 8차로로 만들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행사할 때는 어차피 길을 막을 거라 광장 면적은 크게 중요치 않다. 도로에 버스 정차 공간 등 여유를 줘야 한다”고 했다.

소통 문제도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공모’를 시민의 의견을 들으면서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공모에 참여한 ‘시민위원’들은 시의 일방적 통보로 공모가 진행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가 마련한 공모안 설명회 등은 이미 결정된 당선작을 설명하는 자리였고, 위원들 역시 시 측에서는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시 측도 이같은 내용을 인정하고 “올해 말까지 설계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우려도 이어진다.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는 지난 8일 페이스북 글에서 “고대 시대에 자기 의사를 발표하던 장소였던 광장은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일 수 밖에 없었다“며 “대형 광장은 나치 독일이나 소련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것“이라고 서울시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전체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의 광화문광장. (사진 = 연합뉴스)
현재의 광화문광장. (사진 = 연합뉴스)

여러 우려에도, 서울시 측은 차로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시는 이미 사대문 안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해 기존 도로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 역시 해당 범위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롭게 계획 중인) 6차로는 주행 차로 기준이고 양방향으로 버스 정차 공간이 더 배정된다. 교통 대책과 시민 불편 우려에 대해서는 종로구와 계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논란이 되는 동상 이동과 촛불 집회 상징 이미지 삽입 안은 보류하고 있지만, 세월호 천막 대체 조형물 계획은 계속 추진 중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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