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 동상. (사진 = 연합뉴스)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 동상.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가 시민의 의견을 들으면서 추진하겠다던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공모’에, 실제 참여한 시민위원이 “숙의나 토론 과정은 없었다”며 시의 일방적 통보로 공모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장 구색맞추기용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한 매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광화문광장 재조성’에 시민의 뜻을 담겠다며 서울시민 100명을 ‘시민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에게 세미나와 토론, 워크샵을 진행, 실제 광화문광장 실시계획과 운영방안에 시민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시민위원’들은 공모안 등에 대해 사전에 듣지 못하고, 주된 정보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한 시민위원은 “(공모안 등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알았고, 시에서 이메일을 가끔 보내줬는데 그건 이미 보도된 것들을 보내준 것이었다”고 했다. 시민위원 위촉 이후의 공식 모임은 설계 공모 당선작 발표 직후 열린 정기총회 1회뿐이었는데, 이 자리 역시 이미 결정된 당선작을 설명하는 자리였고, 100명 중 ⅓ 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위원들이 질문하고 의견을 낸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다.

그동안 소통과 협의를 강조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당선작 내용에는 이순신 장군 상과 세종상을 광장 바깥으로 옮기고, 바닥에 촛불 집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넣는 안이 포함됐다. 또 동상 이전안뿐 아니라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로와 율곡로를 우회시키고 그 자리에 3만 6,000㎥의 ‘역사 광장’을 조성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파성 심화 논란이 지속돼 두 안은 표류 중인데, ‘시민의 뜻을 담겠다’며 마련한 이 공모안에도 시민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당장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본인 임기 중 성과 내려고 서울시민 세금으로 독단적으로 자기 맘대로 결정해서 진행하나” “하는 일마다 협의도 없고 소통도 없고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친중 박원순 시장이 큰 결단을 내려 (중국) 동북공정에 호응하고자 (두 동상을) 치워버리기로 결단을 내렸다. 다같이 박수” 등이다.

서울시 측도 시민 참여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강수 서울시 광화문광장 계획팀장은 “그동안은 시민참여단 활동이 좀 소원한 것은 분명히 맞는다. 올해 말까지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광화문광장에 있는 천막 14개를 혈세 2억원을 들여 이동식 세월호 조형물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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