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 침낭까지 챙겨와 농성
최근 석 달 간 大檢 포함 일곱군데 점거
21일엔 총파업 예정

민노총이 13일 최고수사기관인 대검찰청 청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인데 이어 14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노동법을 전면 개정하고 이른바 '재벌적폐'를 청산하라고 주장하면서 농성을 벌였다.

민노총은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對) 정부 시국농성’을 열었다. 이날 농성에는 김영환 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산별 조직 대표자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참석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재벌자본과의 동행이라는 잘못 들어선 길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와 요구하는 것은 촛불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재벌과는 굳게 악수하면서 노동자의 목소리와는 점점 더 깊은 담을 쌓고 있다"고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탄력근로 기간확대 중단'과 함께 '노동법 전면개정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철폐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노총 지도부가 기자회견 하는 뒤편에서는 민노총 산하노조원들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전교조 노조원은 ‘법외노조 즉시 취소’를 요구했고, 전국공무원노조는 전날부터 ‘해직자 원직 복직 촉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10만배(拜)’ 시위를 벌였다. 

민노총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14일부터 총파업 직전인 오는 20일 오전 9까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조합원은 침낭까지 챙겨와 청와대 앞에서 쉬지 않고 농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요구사항은 △사법·관료 적폐청산 △재벌개혁 △노조 할 권리 △사회대개혁 등이다. 민노총은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평일에 일손을 놓는 첫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면서 "20일까지 총파업 투쟁 승리를 위한 지도부 시국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농성은 총파업에 앞선 예고편 성격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도 동시다발적 집회를 열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 기자회견’에서 김정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보면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버금간다"고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는 국회 내부로 진입,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 악법 폐기' 집회를 벌였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단체로, 전날 대검찰청을 점거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관계자는 "대표단 중 9명이 대검찰청 로비 연좌농성에 들어 갔고 이 가운데 6명이 체포됐다"며 "현 정권에서 노동존중 정책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주들이 비정규직을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게 해준 도구인 반노동 악법, 파견법과 기간제법의 철폐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최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점거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석 달간 울고용노동청, 대구고용노동청장실, 김천시장실, 한국잡월드 등 일곱 곳에서 길게는 수십일씩 점거 농성을 벌였고, 그 중 세 곳에선 현재도 농성을 진행 중이다. 관공서 외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사무실도 점거 중이다. 민노총이 불과 석 달 사이에 관공서 일곱 곳과 여당 원내대표 사무실을 점거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전날인 지난 13일에는 최고수사기관인 대검찰청 청사에도 진입했다. 대검찰청은 우리나라 핵심 수사기관으로 외부 세력이 청사에서 농성을 벌인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당시 김수억 민노총 기아차비정규직노조 지회장 등 노조 간부 8명은 대검 지하 1층 민원실에 내려가 "문무일 검찰총장은 면담에 응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청사 밖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담벼락에 텐트 10여 개를 설치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밤 9시쯤, 청사 안에서 버티던 노조 간부들을 강제 퇴거시켰다. 하지만 청사 밖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밤 11시 넘도록 대검 정문을 막고 농성을 계속 했다. 민노총이 8시간 동안 농성을 벌이자, 대검 직원들은 후문으로 퇴근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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