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2개국 순방차 13일 출국…12일은 일정 비우고 준비
올해 이미 訪北 포함 대통령 해외체류일수 40일 넘겨, 이달말 아르헨 G20 정상회담도 예정
대통령 해외순방 홍보용 예산 20억→40억원 긴급히 늘려…"역대정부 평균 2배"
11월초 '16년 만의 영부인 단독 순방' 金여사 인도 방문 포함시 예산 더 소요될 듯
당일치기 南北정상회담에 올해 총 11일 평일휴가 사용까지…'내정 소홀' 비판 나와
野의원 "올 4~10월 최저임금-고용대란으로 참 어렵고 힘들었는데 '北대변인' 행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월21일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 등 7박 9일 일정의 유럽순방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월21일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 등 7박 9일 일정의 유럽순방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ASEAN)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13일부터 18일까지 5박6일간의 해외 순방에 나선다. 문 대통령이 올해 해외 방문차 출국하는 것은 북한 방문을 제외하더라도 일곱번째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12일 일정은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을 제외하고 모두 비웠다. 매주 주재해온 수석·보좌관회의도 취소했다. 이른바 '신(新)남방 외교' 준비를 위한 차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APEC 정상회의 그리고 양자 정상회담에 따른 준비에 전념한다"며 "오늘은 (회의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5박6일간의 순방기간 동안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다. 순방 과정에선 러시아·호주·중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 정상급과의 만남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APEC회의 참석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는 13일~16일까지 싱가포르 방문에선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제21차 아세안+한일중 정상회의, 제13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신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인 아세안 국가들과 실질협력을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노력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17~18일에는 파푸아뉴기니를 찾아 제26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정상회의에선 이른바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등 정부 정책을 적극 홍보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한반도 북핵 문제에 관해  소위 '중재자'를 자임하며 역대 정부에 비해 잦은 순방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1년6개월 만에 14차례(16개국) 순방길에 올랐으며, 올해 기준으로는 3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12개국(북한 제외)을 찾았다. 

그는 올해 3월22~27일 베트남(22~24일)과 아랍에미리트연합(24~27일) 방문이 첫 해외 순방이었다. 뒤이어 한·일·중 정상회의차 5월9일 당일치기(무박 1일)로 일본 도쿄를 방문했었다. 또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사전 교감 차원에서 5월21일~24일 한미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로는 7월8~11일 인도와 싱가포르 순방을 다녀왔다. 

지난 7월 싱가포르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사진=연합뉴스)

9월23~27일 3박5일간은 제73회 유엔 총회 참석차 미 뉴욕을 찾았다. 뒤이어 10월13~21일 7박9일간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과 사실상 '대북제재 완화 설득'을 위한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차 유럽 5개국 순방을 다녀왔다. 7박9일간의 유럽 순방까지 기준으로는 올해 총 38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지난 9월18~20일 2박3일간의 평양 방문 일정을 포함하면 40일이 넘는다.

이번엔 아세안 및 APEC 정상회의 참석차 5박6일간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추가로 이달 말엔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도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대통령 해외 순방 홍보를 위해 해외문화홍보원에 배정된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소진된 상황이기도 하다. 해외문화홍보원은 해외 순방 시 현지 프레스센터 설치 등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당초 기획재정부가 이 기관에 지난해보다 3억원 늘어난 20억원을 올해 본예산으로 배정했었지만 문 대통령의 잦은 순방을 감당키엔 모자랐다.

본예산과 동일한 20억원이 추가 투입되면서 올해 해외문화홍보원에 배정된 예산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40억원에 이르렀다. 홍보원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부의 대통령 순방 관련 홍보 예산은 연 23억원 정도였으나, 이번 정부는 평균치의 2배 가량을 쓸 것으로 전망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이 외에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총리 순방과 국빈 영접을 포함한 정상외교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196억원이다. 하지만 경호와 의전 분야 선발대 파견, 현지 대사관 및 영사관 홍보문화원 직원 50여 명의 체류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더욱 커진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일부터 3박4일간 '영부인으로서는 16년 만의 단독 순방'차 인도를 방문한 것 역시 청와대가 직접 챙기면서 대통령 해외 순방 이외의 예산 소요를 짐작할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왼쪽)는 지난 11월4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3박4일 '영부인 단독 외교'로 인도 방문차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타고 출국하면서, 석달 전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아시안게임 참석차 공군 1호기에 탑승했을 때와 달리 대통령 휘장을 노출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처럼 '역대급'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북한 김정은과 판문점 남측·북측에서 한차례씩 가졌던 당일치기 회담 두차례(4월27일, 5월26일)까지 포함하면 대북·대외 행보에 상당히 치우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 공백을 우려해 일본 총리의 경우 주로 휴일에 순방 일정을 잡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평일에 집중됐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한 평일 연차휴가만 11일째 소진한 터여서 국정 공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중구남구·재선)은 앞서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3차례 방북한 사실과 관련해 "북한보다 적게 방문한 우리지역이 있다"고 전제한 뒤 "문 대통령은 대구·울산·전남 1회, 광주 2회, 경북·경남·전북 3회를 갔다"며 "올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10월 유럽 순방까지 6개월 동안 북한보다 적게 방문한 시·도민에게는 사실상 대통령이 없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에게 올해 4~10월 기간은 최저 임금, 고용대란 등으로 참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대통령은 평양에 가서 북한주민의 환호 속에 파묻혀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임명된 뒤 오로지 북한을 위해 순방한 게 총 3회고 합해서 5일"이라고 꼬집었다. 곽상도 의원은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일해 달라고 뽑은 것이지 북한 수석대변인을 뽑은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외신에서 '북한 대변인'이라고 발표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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