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 두번째 訪韓한 UAE왕세제 측근 칼둔 행정청장과 비공개 오찬
'국방·방산분야 협력 강화 의견 같이해' 설명 미루어 군사MOU 재논의된듯
靑은 "대통령께서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 저희도 알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하루 연차휴가를 낸 가운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인자'와 거듭 '직통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오후 12시부터 1시간50분간 오찬을 겸한 면담을 가졌다.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은 면담에서 양국 사이의 국방과 방산 분야 협력이 이견 없이 강화되고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방한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칼둔 청장과 오찬을 겸해 접견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방한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칼둔 청장과 오찬을 겸해 접견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양측이 국방·방산 분야 협력이 증진됐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설명이 나온 것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서 논란이 된 양국 간 군사문제 양해각서(MOU) 내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정치권에서는 2009년 정부가 바라카 원전 수주를 대가로 UAE 측에 유사시 한국군을 자동파병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비밀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 정권이 송영무 전 국방장관의 UAE 방문 등 계기로 MOU 내용을 수정하려다가 UAE 측과 불화가 생겼다는 설까지 돌았다.

논란이 일던 중 임 실장이 지난해 12월 UAE에 특사로 급파된 지 하루 만에 언론에 공개가 되고, 돌아오는 과정을 놓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청와대는 임 실장이 UAE 파병 장병 격려차 방문했다는 설명을 내놨으나 논란 해소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017년 12월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크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하며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017년 12월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크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하며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나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인 칼둔 청장이 배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UAE 원전 사업에 차질을 빚게 돼 이를 수습하러 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임 실장 급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칼둔 청장이 방한하기까지 해 외교 갈등설 역시 잦아들지 않았다. 

뒤이어 3월 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고 이때 임 실장과 칼둔 청장 간 '핫라인'을 구축하게 함으로써 군사협력 등 현안에 문제가 생기면 양국 정상 차원에서 이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이번 면담에서 국방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는 건 양국 간 군사 및 원전 분야 협력이 다시금 의제에 올랐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의겸 대변인은 "두 사람은 지난 10월 개최된 2+2 외교·국방 차관급회의를 비롯해 외교장관 간 전략대화 활성화, 원자력 고위급협의회 연내 개최 등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UAE 방문 시 합의사항이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두 나라가 제3국으로 진출할 때 상호 간 정보교환은 물론 (해당국 진출의) 경험을 공유하는 등 협력하기로 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방한이 내년 1분기 내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기로 하고 구체적 방한 일정을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은 앞서서는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 중이던 지난달 17일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안보실 차장, 국방부·통일부 장관 등을 이끌고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하고, 청와대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에 임 실장의 내레이션이 들어간 4분 분량의 영상까지 대대적으로 공개해 이목을 끈 바 있다.

DMZ 시찰 당시 임 실장이 홀로 선글라스를 쓰고 주도적으로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접한 야권에서 소위 '비선실세' '2인자' '비서실장의 자기정치' 등 비판을 가하자, 청와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의 자격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오늘 특별한 일정이 없다"며 "정국구상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어디서 무엇을 하실지 저도 알지 못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차 휴가를 낸 이유는 지난 유럽순방 이후 적절한 휴식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곧 또 다른 순방을 앞두고 있어 그야말로 휴식을 위한 연가"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휴가로 올들어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한 평일 중 11일동안 휴가를 사용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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