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재판 결과와 관련해 펜앤드마이크 독자인 전직(前職) 대학교수 한 분이 28일 <사법부와 정의(正義)의 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 독자는 이번 항소심 담당 판사를 '사시형(司試型) 인간'으로 규정하고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펜앤드마이크는 이 분이 보내온 원고를 게재합니다. 다만 필자의 요청에 의해 실명(實名)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필자가 익명을 원한 것은 권력 등 외부의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특수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니 독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사법부와 정의의 거리

오래전,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고 나서 ‘아, 정말 이민이라도 가버리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었다. 책 제목은 법조사회의 선민의식과 배타적 공동체 의식을 반영하는데, 그 내부의 로비, 청탁, 먹이사슬 구조, 전관예우, 상급자 의전 등 온갖 비리와 모순의 만화경을 보여준다. 한국민이 이런 집단을 ‘정의의 보루’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슬펐다. 

이 책에서 매우 인상깊었던 대목 중의 하나는 저자가 지금의 아내에게 구애하는데 아내가 ‘사법고시 합격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서, 자기는 사시 합격자이지만 사시 합격자 유의 인간이 아님을 입증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대목이다. 여기서 ‘사시 합격자’란 철저히 자기 위주의 출세 지상주의자로, 남들 위에 군림해야 하는 유형의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위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던 우리의 사법고시는 신분의 벽에 작은 구멍을 내는 한편 더 철저하고 배타적인 신분의 철옹성을 구축하는 도구였다.

지난 금요일(24일), 사법부는 삼성이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이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 벌금 200억을 선고했다. 그것도 피고인의 ‘나이와 건강을 고려’한 형량이라고 한다. 이 언도를 접하는 순간 이 판결을 내린 판사는 ‘사시형 인간’일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가 증거보다 신뢰하는 자신의 ‘감’에 의거해서 내린 판결이 한 연약한 여인을 영구히 감옥에 매장하고, 사법부를 파괴하고 있는 이 정권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것은 우연일까? 그가 혹시 드루킹 사건을 맡게 된다면, 그의 ‘감’은 그에게 국가의 운명을 조작한 이 국기 문란 사건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게 하고, 그의 정의감은 김경수에게 어떤 판결을 내리게 할까?

사실 필자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못마땅한 점이 많았지만 그의 ‘죄’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막연하기만 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적어도 국민의 삶을 안정시켰고 안보를 튼튼히 했고 국가경쟁력도 향상시켰다. 국민의 삶을 피폐화하고 나라의 안보를 무너뜨리고 나라의 중추기관을 하나씩 파괴하는 이 정권은 국민을 광란의 밤 기차에 몰아넣고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 사법부에는 탈출 작전을 지휘할 인물이 없는 것일까?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