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복역기간 33년....삼성 승계 '묵시적 청탁'‧마필 일부 뇌물도 인정
김문석 판사,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에 ‘벌금’ 선고한 판사...김영란 전 대법관 동생

박근혜 前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뇌물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2심 재판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3년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4월 6일 1심 선고가 이뤄진지 140일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서원과 공모해 기업들에게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서원이 설립‧운영을 주도하거나 최서원과 친분 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 발주나 금전 지원, 계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원심 파괴하고...마필 뇌물‧삼성 승계관련 묵시적 청탁 인정

1심보다 형량이 가중된 것은 양형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뇌물죄’ 가액이 약 14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살시도 등 ‘마필’을 일부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정유라 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용역대금과 차량 사용이익은 원심의 판단대로 뇌물로 인정하고, ‘액수 미상의 뇌물 수수 약속’을 추가로 유죄라고 인정했다. 법원은 “용역계약 체결 무렵 213억 원을 뇌물로 수수하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합치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은 원심과 같다”면서도 “다만 계약 체결 과정에서 최씨와 이 부회장 사이에서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겠다는 확정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김문석 부장판사는 ‘삼성 승계현안 관련 묵시적 청탁’ 여부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괴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2심 판결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이미 해결된 현안이거나 시기적으로 아주 다급한 현안이 아닌 점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2심 법원 “단독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며 “단독 면담은 가장 핵심적 승계작업으로 평가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박 정부의 우호적 조치 직후 실시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설립에 대해서도 일부유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법원은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영재센터 지원 요구는 그 지원대상과 규모 및 방식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었고, 삼성 측은 영재센터가 정상적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을 결정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는 총 18개 혐의중 17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총 복역기간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 징역 6년)와 공천개입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2년)을 더해 총 33년이 됐다.

●김문석 판사, 김영란 대법관 동생으로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에 유죄 선고한 인물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판결을 맡은 김문석 부장판사(59)는 1959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사법연수원(13기)을 수료한 뒤 해군 법무관을 거쳐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재직했다.

그는 대법관 출신으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을 추진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김 부장판사는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61)의 2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에 이어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또 1심 재판과 다르게 방송으로 중계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 측이 부동의 의사를 밝힌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은 “공공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품격과 개인의 인격권이 과도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결정을 하지 말아 달라”며 생중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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