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과 폼페이오 방북 문제도 연계
일각에선 "1차 미북 정상회담때 처럼 '충격요법'노린 것일 수도"
전직 장관들 "북한과 대화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에 부담 느꼈을 것"
美 정치권 트럼프 판단에 긍정적 반응 "더욱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야"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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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4차 방북길에 오르려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일정을 취소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는 방북하지 말라고 했다며 방북 취소를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이 없다는 점을 방북 취소 배경으로 꼽으며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으로 또다시 '중국 배후론'을 제기,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노골적인 경고장을 날리며 무역전쟁과 방북 문제를 연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주 방북'을 공식화하고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을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지명한지 하루만에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알리기 직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과 극소수의 핵심 참모들 사이에서만 공유될 정도로 은밀히 진행됐다. 심지어 일부 관리들은 방북 일정이 취소된 줄 모르고 대북 협상 대비 회의를 하던 중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CNN 방송, ABC 방송 등은 폼페이오 장관과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기 두 시간 전쯤인 이날 오전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참여한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를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번 방북 취소가 정상회담 취소 때와 비슷한 협상 전술인지 확실치는 않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마찬가지로 '협상의 전술' 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지난 5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태로 1차 미북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던 때 만큼의 충격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전직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또 한 번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기를 원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폼페오 장관이 다시 북한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수치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인혼 특보는 "현재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이를 더 이상 숨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김 위원장의 책임으로 몰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역시 폼페오 장관의 재방북에도 북한이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현 시점에서 미국에게 많은 것을 건네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임을 미국이 미리 인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폼페오 장관이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최대 압박 정책을 충실히 집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은 폼페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드너 의원은 "북한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계속 위반하고 있고 평화적 비핵화 의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며 "북한 정권이 과정을 바꿀 때까지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과 반드시 관여해야 하지만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 정권을 조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짐 뱅크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그리고 중국과 관련해 능수능란한 협상 기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뱅크스 의원은 "김정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행해야 하고, 시진핑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최선이라는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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