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결정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한 위원장은 1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임 중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고 출국금지까지 내려졌으나, 윤석열 정부의 주호주 대사 임명으로 출국금지가 해제돼 주호주 대사로 부임했다.

또 한 위원장은 황 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 대사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인 이슈로 얘기가 나올 문제인지에 대해선 다른 생각"이라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황 수석이 일으킨 설화에 대해선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평가하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이날 오전 열린 첫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당사자들을 향해 결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여당 다수 당선 보다, 야당 다수 당선을 바라는 여론의 일관된 데이터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고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어려운 결단을 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를 포함해 이른바 탈(脫) 민주당 인사들로 구성된 '체인저벨트' 소속 국민의힘 후보 9명도 전날 성명을 통해 "출국금지 해제 및 대사 부임이 강행된 점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이 우려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다.

실제로 당 관계자들은 수도권, 특히 경기도 판세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일주일새 15%포인트(p) 빠졌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8%p 올랐다.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 역시 서울에서 31%로 전주(42%)보다 11%p 떨어졌다.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은 48%에서 58%로 10%p 상승했다.

국민의힘은 여러 대형 악재들로 정권심판론이 다시 거세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만 하고 있다. 그러다 이 대사와 황 수석 처리 문제를 공개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황 수석은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고 이 대사 부임 논란과 관련해선 '도피 프레임'이 부당하기에 정면 돌파할 것이란 뜻을 고수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