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소득주도성장? 세금·공공요금만 올라…편가르기 증세로 국민분열"
재정개혁특위 부동산·금융소득과세 동시 강화 권고 기재부가 제동
與 "당정 추가협의" 방침…금융소득엔 말 아끼고 다주택자 重과세엔 전향적

지난 4월 대통령 재정개혁특위 출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출범 모습.(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라는 권고안을 내자 4일 기획재정부 측이 "동시추진은 어렵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재정개혁특위 노선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물론 종부세 단계적 인상 등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 전반을 비판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건강보험료도 오르고 부동산 세율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 마당에 도시가스 요금에 전기요금까지 서민경제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면서 소득보다 세금과 공공요금만 오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근로시간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질러놓고 정책 집행단계에서 고용노동부에 '뒷감당 하라'는 모양새"라며 "선심성 노동정책으로 인기와 단물만 빨아먹고 책임과 뒷감당은 '나 몰라라' 하는 패턴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소위 부자증세를 '편가르기 증세'로 규정하면서 "세제개편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명분없는 개편안은 혼란만 가중하고 세금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한 김현아 의원은 "거주 목적 주택이 아무리 비싸도 폭탄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없다"며 "소득재분배는 보유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나 임대소득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정부 세제개편의 목표와 방향이 길을 잃었다"며 "특정지역, 특정계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는 지적이 많다"며 노선 철회를 촉구했다.

"법인세를 인상한 지 1년 만에 다시 기업증세를 추진하면 기업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라며 세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비판을 내놨다. 특히 "종부세 인상과 금융소득과세 확대로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자의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당은 "세금인상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며 "정부지출부터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보유세 인상과 함께 거래세 인하를 추진해 부동산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소득과세 확대도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모든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조세만능주의는 금물"이라며 "불가피한 세제개편의 경우에도 현 경제상황에서 국민의 부담능력을 고려해야 하고 보편조세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민주당은 일단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 대해 "최종안이 아니고 권고안이니 추가로 들여다볼 것"이라며 금융소득과세 관련 부분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 권고안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자, 일각에선 시중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은 또 권고안에서 3주택 이상 다주택자 과세 강화를 권유한 부분도 다시금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연합뉴스가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특위 권고안에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다주택자 중과세 방안이 추가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다주택자 중과세에 대해선 민주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6일 정부가 확정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금융소득 과세 기준,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 방안에 대해 정부 측과 협의할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기조 자체는 부자 증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나 부담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선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소득 발생자를 표적으로 증세했다가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으로, 구체적인 세율이나 과세표준 기준 등을 재차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사진=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대외적으로도 종부세 강화에 역점을 둔 입장을 내놨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종부세 개편의 취지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주택이 투기수단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높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로 종부세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전전임 정부 공세를 펴면서 "이제 10년 만에 다시 종부세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다만 "정부와 함께 이번 권고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추가 검토의 여지를 남겼다. 회의에서 금융소득과세강화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고, 당 대변인 논평으로도 추가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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