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사진=연합뉴스)
경찰.(사진=연합뉴스)

국가보안법 위반 등 안보위해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인 '대공(對共)수사권' 즉 오늘날의 안보수사권이 내년인 2024년부터 종래의 주무기관인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완전히 이관되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계속 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안보위해범죄에 대한 정보수집과 안보수사의 기능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것인데, 문제는 수사 역량 약화로 기존 국가 안전보장에 대해 오히려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북한식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와는 다른, 우리의 자유민주 체제와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안보수사의 핵심으로 그간 국정원이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이와같은 안보수사, 대공수사 업무가 대폭 늘어나게 되는 것은 경찰 입장에서도 부담이지만, 유관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만큼 이번 기회에 경찰의 안보수사역량을 입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31일 경찰과 안보 수사통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원내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당장 내년인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에서 경찰로 이관되어 이를 경찰이 전담하게 된다.

기존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등 수사기관 차원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했는데, 이제 해외 정보망 등을 통해 범죄첩보 입수 후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는게 핵심이다. 국내 정보 수집 활동 역시 금지된다.

그에 맞춰 경찰은 유관인력 증원과 조직 개편을 준비중이다. 경찰의 전체 안보수사 인력은 올해 724명인데, 내년에는 1천127명으로 약 56% 증원될 예정이다.

이중 순수 경찰 대공수사 인력은 700여명으로, 종래의 400여명보다 약 75% 늘어나게 된다. 대부분 조직 내부 재배치이지만, 안보전문가 등 신규 인력도 20명 채용했다.

특히 이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안보수사단'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 신설되며, 소속 인력은 142명으로 기존 49명의 약 3배로 단장은 경무관급 안보수사심의관이 맡게 된다.

본 수사단에는 안보수사1과와 2과가 구성되어 각각 2개의 수사대가 편성되며, 각 시도경찰청에는 안보수사대 수사관이 증원되어 광역 단위의 안보수사 체계의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경찰 정예 수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기관인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 또한 올해 10월 열었다. 경찰은 기관의 정식 개소에 앞서 지난 6월부터 이곳에서 영장 집행과 디지털포렌식 및 조사·신문 등에 관한 실전형 교육을 진행해 왔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경찰은 '안보수사관 자격관리제'를 통해 수사관들의 역량을 증원하고 있었다는 소식이다.

안보수사 5년 이상의 경력자는 내부 심사를 통해 전임 안보수사관 자격을 부여하며, 7년 이상 수사 경력자는 시험을 통해 책임 안보수사관 자격을 부여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찰 중심의 안보수사 체계로의 원년을 맞이하여 안보수사 역량을 근원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보수사 공백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 경찰의 인력 보강 규모가 기 계획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데다 관련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

당초 경찰은 안보수사권 이관까지의 유예 기간인 2021년부터 3년동안 외부 경력자 채용을 통해 안보 분야 전문가들을 121명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법 시행 전이다보니 정부ㆍ국회가 소극적인 탓에 유관 인력을 거의 늘리지 못했던 것이다.

수사기법 교육 등을 위해 필요한 관련 예산 역시 3년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던데다가 내년에야 소폭 증액되는 현실적 제약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경찰의 일반예산은 경찰청이 기획재정부에 예산안을 제출해 마련하는 것으로써, 사무실 등 업무환경 조성에 쓰이고 액수가 공개된다. 정보예산의 조정 권한은 국정원에 있는데, 경찰 정보분야 일반예산은 약 49억원 가량 증액됐다.

범죄첩보 수집 협조자에게 지급하는 비용 등 수사관련비를 포함하는 비공개 정보예산도 소폭 늘었지만, 국정원의 수사 업무를 이관하는 차원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의 유예 기간에도 준비가 미흡했던 데에는, 관련법 개정 후 대선 국면이 겹친 데다 정권 교체로 국정원 역할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바뀌면서 경찰 안보수사 이관 문제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본래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 국정원 개혁이란 명분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내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문제 등을 막겠다면서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통째로 이관시키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였다. 해당법은 민주당 김병기 의원 등이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국가보안법 수사 등에 필수적인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 및 인적 정보망 역량에서 경찰이 국정원을 대체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업무 이관에 있어 경찰의 필요 예산과 인력 확대 요구 또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경찰에는 국정원과 달리 해외 방첩용 인적네트워크망이 없고, 기능상 부처를 계속 옮겨 다니는 인사 순환형 시스템상 대공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해외 정보 수집 업무가 관련 업무 규정에 포함되지 않아 나름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지만, 과거부터 계속 유관수사를 해왔기에 수사 역량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

종래의 국정원이 가진 해외 인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범죄첩보를 제때에 공유하는 등 협업을 강화하면 수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보수사국 내에 국장급 관련협의체를 두고 국정원 직원들을 파견받아 적극 소통할 것"이라면서 "실무회의도 필요하면 수시로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 소식통은 안보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인력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안보경찰 인사운영규칙(훈령)을 개정하여 경정으로 승진하기 전까지는 계속 안보수사관련 업무를 맡게 했다"라며 "경찰 지휘부에서는 안보 수사 기여도를 높이 평가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준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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